빠른 길을 선택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복잡한 기준들과 수많은 과제들 속에서
빠르고 간결한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고 느껴왔다.
사실 잃을 것이 아니라
얻어내려고 했던 것들이었지만
꽤 오랫동안
별 반성 없이 이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가장 간단하고 쉬운 정보들을 찾았고,
최소한의 노력으로 결과를 만들어내길 추구했다.
'어떻게 빠르게 그럴듯한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
자주 했던 고민이었다.
이 악습관은
교묘하게 날 합리화시켰다
효율적이니까, 결과가 나오니까.
스스로 문제없어 보였던 거지.
깊은 고민과 노력, 피땀눈물없이
나는 이 악습관과 함께
스스로에게까지 열심히, 빠르게 뛰는 체 해왔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열심히 빠르게 가려고 하던 나는
'취업'이라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기준 앞에서
문득 멈추게 되었다.
멈춘 이유는,
1. 잦은 실패에, 나의 내면의 허울뿐이던 빈 공간들을 마주하게 되었으며
2. 기약 없는 길 앞에서, 스스로 나를 정의하지 않으면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니까, 빠르게만 가려다 보니,
속이 아닌 껍데기만 감싸기 바빴고
정말 진정한 나를 마주해보려고 하니,
그곳엔 참 볼품없어 보이는 내가 있던 것이다.
빠르게 가려고 했던 나는
사실 그렇게 빠르지도 않았을뿐더러,
취업 앞에서 계속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이 문제서 비롯된 것도 알았으니까.
이제 나에게 필요한 건
진짜 고민과 진짜 노력.
(^_^)/
멀리 돌아가는 일들을 해보려고 한다.
빠르고 쉬운 길 말고,
느긋하게 멀리 돌아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습관을 키워야지.
이제 와서 모든 것을 바꾸긴 힘들겠지만
하나하나 차근히 말이다
허울뿐이었던 것들을
하나씩 진심으로 마주하면서
그 속을 채워나가는 일을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속을 채우고 싶은 것들은 눈 앞에 있다는 것.
누가 그랬다.
수고로움 없는 결과물은 재미없고, 멋이 없다고.
멀리 돌아가는 길에는
더 많은 경험과 이야기가 뭍는다.
좋아한다고 말하던 것들을
내 진심으로 정말 좋아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