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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히다 Mar 09. 2024

오지라퍼 stop

서울시인

지하철 옆사람이 기침을 한다

살며시 보니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기침이 길어지니 팔뚝으로 가리고 한다.

매너 있다

노력이 헛되게도 기침이 계속 이어진다.

슬며시 가방 지퍼를 열었다.

디통이 나왔다.

뚜껑을 열다 고민에 빠졌다.

아 오지랖! 뚜껑을 닫는다.


비 내리던 날 떡볶이집에서 아이 세 명을 데리고 힘겹게 캐리어가방을 끌고 들어오던 글로벌부부.

자리 4인용이 최대인 유명 떡볶이집. 물 셀프, 메뉴주문 셀프, 주문 음식 가져가기 셀프.

그들은 앉을자리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큰아이는 서있는 채)두리번 거리기만 한다

우리는 2명인지라 벌떡 일어나 의자 하나를 들어다 주며  메뉴와 주문하기를 간단하게 설명하다 보니 남편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웬 오지랖이야. 그 많은 사람 다 가만히 있는데 네가 왜 나서는 거야. 앉아 있어"

교양 있는 이분이 나에게 행동경고에  오지라퍼라고 까지 한다. 나는 내가 이 상황에서 왜  혼나야 하는 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늘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러나 가끔씩 떠오를 때마다  곰곰 생각해 보았다.

나 스스로 오지라퍼가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행동 stop", "One more thinking"하기로 했다.

캔디통의 뚜껑을 닫은 이유도 그래서이다.


아직도 옆분은 기침 중이다.

1초 전 다짐했던 결심이 무너지려 한다.

캔디 2알이면 잦아질 텐데.. 자꾸 그 생각이 맴맴 거린다. 어쩐다.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자일리톨 캔디가 있는 가방 속으로 손을 넣어 꺼내 든다.


그런데 옆분의 기침소리가 멈추었다.

쑥스러워진 오지랖. 

사래가 들린 척 마른기침을 하며 얼른 몇 알을 집어 내 넣는다.

결국 오지랖이 발휘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일까? 아니면 짧은 시간 너무 길게 고민을 한 것일까?

여하튼 지하철 안에서의 나의 오지랖은 그날 그렇게 끝났고 행동변화의 여운을 남겼다.

오지랖을 줄이기 위해 앞으로는 "행동 stop", "One more thinking"을 여전히 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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