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중심 없는 꽃
- '그'라는 주문 -
내가 길을 잃으면
항상 나보다 더
빨리 나를 찾는
이가 있었습니다
벽이 길을 막으면
그 벽을 문으로
바꾸는 주문 같은
이가 있었습니다
숨을 잊게 하는
일에도 생각만으로도
숨을 잇는 이가
있었습니다
그 숨은 언제나
말 멀미에서,
사람 멀미에서
나를 건져주었습니다
그런 그는 늘 세상의
중심을 끌고 다녔습니다
꽃은 언제나 중심을
따라 폈습니다
꽃그늘에 취한 삶은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을 생각에서
빠르게 지웠습니다
꽃도 진다는,
마음도 시든다는
이야기에 등을
지고 살았습니다
이젠 길이 숨을 잃었다고,
벽이 떼로 몰려온다고
아무리 외쳐도 중심 없는
꽃만 무성할 뿐입니다
한번도 중심이 되어 준 적이
없는 나를 하늘은
마른 눈물의 절벽 꼭대기에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