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편지
-낯선 날들 6-
이제 우리에게도
가을이 들기 시작했나
봅니다
가을이 온다는 건
우리가 여름을
건너왔음입니다
봄의 기억보다
여름의 기억이 선명한 건
시간의 순서가 아닌
마음의 순서 때문입니다
지난 여름을
잊을 수는 없지만
오는 가을을
더 생각하는 건
우리가 물들일
가을의 색이 아직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둘렀고
서툴렀던
시간에 넘어졌던
우리
오는 가을에는
가을의 걸음으로
넘어졌던 시간을
일으키며
봄보다 따뜻한 우리의
마지막 겨울을 함께
준비할 수 있기를 바라는
편지를 하늘에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