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백리향
식물원에서 만난 사람들
파도를 몰고 다니는
해무가 길과 함께
소리까지 지웠다
감각으로 사는 우리를
나무라듯 해무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매번의 출항이
항상 매번의 입항이
되길 바라는 건
감각의 속물이 만든
오만이었다
아무리 오물 같은 오만이
넘치는 세상에서도
향기만은 잃지 말라고
그러면 살지 못하는
시간은 없다고
등대조차 길 잃은 날
울릉도 섬백리향이
향기로 길을 세웠다
사람 파도에
걸려 넘어진 시간,
식물원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그 향기가
건너왔다, 지워졌던 길에
새 이정표가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