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탄성(彈性)
- 가을 들다 -
큰 비가 지났습니다
올해는 꽃을 보기
어려울 것 같던
해바라기가
일출처럼 피었습니다
담을 배경으로 선
해바라기 얼굴에
방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저마다 담너머로
얼굴을 내민 모습이
나를 닮았습니다
담을 두고 사는 삶은
모두 담 밖을 그린다는 것을
내 마음에 담이
생기고서야 알았습니다
넘을 수 없는 담에 막힌
마음이 해바라기를
응원합니다
그러다 땅에 엎드린
담보다 큰 키를 가진
해바라기를 보았습니다
도저히 일어설 것 같지 않던
마음이 그를 일으켜
세우려다 멈칫합니다
기다림에 넘어져 봐서
알지 않느냐고
잠시 그냥 그대로 두라는
해바라기의 흐느낌에
나도 그 옆에 주저앉아
눈을 감습니다
그러다 내 손을
잡는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그 손이 나를 일으킵니다
바람이 눈을 뜨라고 합니다
해바라기가 나를
담보다 높이 일으켜
세웠습니다
나에게 가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