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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형 Jul 14. 2024

(시) 해바라기 탄성(彈性)

가을 들다

해바라기 (彈性)

 - 가을 들다 -


큰 비가 지났습니다


올해는 꽃을 보기

어려울 것 같던

해바라기가

일출처럼 피었습니다


담을 배경으로 선

해바라기 얼굴에

방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저마다 담너머로

얼굴을 내민 모습이

나를 닮았습니다


담을 두고 사는 삶은

모두 담 밖을 그린다는 것을

내 마음에 담이

생기고서야 알았습니다


넘을 수 없는 담에 막힌 

마음이 해바라기를

응원합니다


그러다 땅에 엎드린

담보다  키를 가진

해바라기를 보았습니다


도저히 일어설 것 같지 않던

마음이 그를 일으켜

세우려다 멈칫합니다


기다림에 넘어져 봐서

알지 않느냐고

잠시 그냥 그대로 두라는

해바라기의 흐느낌에

 그 옆에 주저앉아

눈을 감습니다


그러다 내 손을

잡는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그 손이 나를 일으킵니다

바람이 눈을 뜨라고 합니다


해바라기가 나를

담보다 높이 일으켜

세웠습니다


나에게 가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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