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ne Dragons - <On Top of the World>
“로또 되면 강남에 집 사야지.”
“취직되면 그전에 길게 여행 가야지.”
“등단하면 사람들한테 맛있는 밥 사야지.”
생각해보면 늘 이런 식이다. 뭔가를 이룬 그 순간에 대해 생각할 때에도 그다음에 할 일을 찾는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은 어찌나 많은지. 이래서 21세기를 피로 사회라고 하는구나, 돌연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서는 뭔가를 이뤄낸 다음에도 그 기분에 흠뻑 취할 수 없게 한다.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라고, 앞으로 할 것이 더 많다고, 스스로에게 채찍질한다. 달리는 것이 더 익숙한 우리는 달리기를 멈추는 것이 쉽지 않다. 멈춰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오래도록 꿈꾸던 것을 이룬 그 순간에 가장 필요한 건 ‘즐기는 시간’이다. 이룬 다음에 뭘 하고 싶었든 일단 그냥 즐겨야 한다. 온전한 기쁨과 미칠 듯한 행복감에 허우적거리는 것. 진짜로 해야 할 건 이런 것들이다. 이루기 위해 달렸고, 달려서 원하는 곳에 도달했다면 거기서 잠시 멈춰 서야 한다. 꿈에 그리던 공간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무릎 관절 다 나가게 점프도 해봐야 한다. 그래야 그곳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냅다 달리면 그곳의 풍광을 채 즐기지도 못한 채 건너뛰는 꼴이 된다.
뭔가를 이룬 날도 아니면서 대뜸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우연히 듣게 된 노래 때문이었다.
"I’ve had the highest mountains; I’ve had the deepest rivers. You can have it all but not til you prove it. Now take it in but don’t look down. Cause I’m on top of the world" - Imagine Dragons <On Top of the World>
난 가장 높은 산도 가봤고 가장 깊은 강에도 가봤지. 네가 그곳에 다 가봤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넌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자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붙잡아. 절대 내려다보지 말고. 왜냐면 우린 지금 세상의 가장 높은 곳, 이 꼭대기 위에 있으니까.
어떤 순간만큼은 내가 이 세계의 가장 높은 곳, 맨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것이 완전한 착각이고, 착각임을 스스로 안다고 해도 잠시 그 ‘앎’을 멈춰도 좋다. “더 높은 곳이 있을 거야!” 소리치는 마음속 저 깊은 구석의 외침을 무시한 채 기쁨에 도취되어야 한다. 도취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더 풍부한 행복이 있을 테니. 그 정도는 되어야 보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 나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취직이든 뭐든, 뭔가를 이룬 날에는 꼭 이 노래를 크게 틀고 3분 37초 동안 미친 사람 마냥 춤을 출 거라고. 근본 없는 막춤의 무아지경에 빠져 내가 이 세계의 가장 높고 멋진 봉우리에 올랐음을 자축하겠다고. 그리고 그때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내가 지나온 질곡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건너온 모든 언덕과 강물에 대해, 그때 봤던 모든 풍경들에 대해.
"I know it’s hard when you’re falling down. And it’s a long way up when you hit the ground. Get up now, get up, get up now" - Imagine Dragons <On Top of the World>
추락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나도 알고 있어. 바닥을 쳤다 느껴질 땐 다시 일어서는 길이 영 요원하게 느껴지겠지. 그래도 일어나. 어서. 일어날 수 있잖아!
*가사 번역 매우 매우 주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