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깎는 아침

by 상상혁

나의 하루는 연필을 깎는 일로 시작된다. 나에게 연필 깎기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하루를 얼마나 진심으로 살아갈지 나 자신에게 묻는 의식이다.

연필을 손에 쥐고 깎기 시작하면 작은 소리가 나를 감싼다. 부드럽게 긁히는 소리가 아침의 혼란을 털어내고, 깎아낸 나무 조각의 은은한 냄새는 새로 시작될 하루의 여유를 예고한다. 나무속에서 연필심이 모습을 드러낼수록, 내 마음도 조금씩 정리되어 간다.

과거의 나는 달랐다. 연필도 깎지 않은 채, 하루를 준비하지 않은 채 그저 살았다. 시간은 흘렀지만, 나는 그 시간을 살아내지 못했다. 준비 없는 하루는 무디고 둔했다. 작은 어려움에 쉽게 부러지고, 아무리 강하게 눌러써도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이젠 깎는 데 필요한 적당한 힘과 속도를 알게 되었듯, 하루를 준비하는 방법도 배웠다. 깎인 연필 끝이 날카롭고 단단하듯, 나는 오늘 하루를 살아갈 준비가 되었다.

연필을 깎는 단순한 행위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이 있다. 삶은 조금씩 다듬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 조급하면 부러지고, 지나치게 신중하면 날카로움을 잃는다. 적당한 힘과 균형을 배우는 것, 어쩌면 그것이 연필깎이의 가르침일 것이다.

내일도 나는 연필을 깎을 것이다. 이 작은 의식 속에서 나는 하루를 다듬고, 내 자신을 다듬는다. 진심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준비가 오늘도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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