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이었다. 방은 고요하다. 어쩌면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커튼 틈새로 들어온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책상 위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손에 들려있는 것은 다 써 가는 작은 노트와 부러지기 직전의 연필 한 자루. 그때 문득 깨달았다. 외로움은 늘 이것들을 남긴다.
외로움은 무언가를 빼앗아 간다. 친구들과의 약속, 소셜미디어 속 반짝이는 이야기들, 의미 없는 잡담의 소음마저도.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침묵과 텅 빈 페이지다. 연필을 손에 쥐고 한동안 머뭇거렸다. 뭘 써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연필 끝이 종이에 닿았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첫 문장은 아무렇게나 쓴 질문, '외로움이 가진 의미는 무엇일까?'. 그 물음 뒤로는 마치 실타래가 풀리듯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친구들과의 멀어진 거리, 잊혀진 연락처들, 자신을 향한 작은 실망감들. 마음속에서 맴돌던 생각들이 일기장에 차곡차곡 쌓여 갔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이상하게도 외로움이 점점 익숙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마치 나와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된 듯했다. 외로움은 침묵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해방시켰다. 그날 밤 일기장의 마지막 줄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외로움은 일기장과 연필을 남긴다. 그거면 됐다.
나는 조용히 연필을 내려놓았다. 방 안의 고요는 여전했지만, 마음속에는 작은 온기가 돌았다. 외로움은 나를 고립시키는 감정이 아니라, 나와 마주할 시간을 만들어주는 계기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