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깎고 싶어서

by 상상혁

연필을 깎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칼로 조심스럽게 나무를 깎아낸다. 나무 껍질이 흩어진다. 심이 드러난다.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고, 본질만 남긴다. 날카롭게. 그렇게 변화가 이루어진다. 이 행위는 글쓰기를 위한 준비일까? 그 자체로 하나의 가치가 있을까?


어떤 사람들에게 연필을 깎는 것은 번거로운 노동일 뿐이다. 시간이 걸린다. 나무 조각이 어지럽게 흩어진다. 때때로 너무 많이 깎아버려 심이 부러지기도 한다.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연필 대신 샤프나 볼펜을 선택할 것이다. 샤프는 일정한 굵기를 유지한다. 한 번 쓰고 다시 깎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일정함이, 오히려 지루하다. 예측 가능한 것만큼 따분한 일도 없다.


반면, 연필은 예측할 수 없다. 깎을 때마다 길이가 달라지고, 심이 부러지기도 하며, 날카롭게 다듬어진 끝이 종이에 어떤 선을 그릴지는 알 수 없다. 때론 거칠게, 때론 부드럽게. 한 자 한 자 새겨지는 선이 매번 다르다. 바로 그 변덕스러움이 연필의 매력이다.


동시에 때때로 고민한다. 이 행위가 무의미한 것은 아닐까? 연필을 깎는 동안, 나는 아무런 글도 쓰지 못한다.


‘글을 쓰기 위해 연필을 깎는다.’


어쩌면 나는, 연필을 깎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무 가루가 흩어진다.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 그 사소한 순간이 모여 하나의 흐름이 된다. 그것이 일이든, 준비든, 혹은 단순한 취미든. 날카롭게 깎인 연필 끝을 바라본다. 이제야 첫 문장을 적을 차례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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