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모든 환자들은 귀하고 소중한 사람들이지만 나에겐 더 애착이 가고 좀 더 도와주고 싶은 환자들이 있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간호사지만 나름 명칭이 있는데, 바로 이직 장인 간호사라는 것, 남들은 열심히 일하다가 몇 년씩 안식년을 갖는 다지만 본인은 틈 없이 일해야만 생활이 가능한 개인사정상, 퇴직금 쓰는 정도로 밖에 쉴 수 없었다. 그렇게 근무가 계속되다 보니 어느새 연차 대비 풀 경력이 되어 있었다.
한 곳에 오래 다닌 사람들도 분명 존경스러운 사람들이지만 내가 근무한 여러 부서들마다 장단점이 확실해서 이런 경력을 스펙으로 갖게 된 건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간호 전문대를 나와 학사 편입을 위해 공부할 때는 요양 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했고, 그 이후에는 종합병원 재활병동, 정신과, 척관절 병원 등에 근무하며 천천히 여러 경험을 쌓게 되었다.
이렇게 근무를 하다 보면 병원에서 실습 중인 간호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대화를 나누다 내가 경험한 여러 부서 이야기를 꺼내면 그때마다 학생들에게 유독 비슷한 질문을 받곤 한다.
어떤 과에서 근무할 때 가장 좋았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때마다 몇 번의 고민을 반복하지만 결론은 항상 같았다.
정신과 근무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다.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를 2년 가까이했었다. 두 곳에서 근무했는데 환경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병원이었다. 공통적인 점은 역시나 폐쇄적 환경이라는 것이고, 두 곳의 다른 점은 환자 중심의 병원인 전자와 병원 규칙이 중심인 후자로 나눌 수 있었다.
정신과 병동이 좋았던 점은 환자들과 활동을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것, 면담을 통해 환자 치료를 돕는 것, 상태가 나아져서 퇴원하거나 개방 병동(폐쇄된 환경이 아닌 개방된 생활을 하며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꽤나 보람 느끼는 일이었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정신과 병동은 평화로운 곳이다. 극심통이나 만성 질환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다 보니,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도와주는 재활치료의 개념을 적용해도 될 만큼 안정적인 환경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평화로움이 지속되는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물론 급변하는 상태를 가진 환자들과의 의사소통이 힘들었던 점과 투약 거부가 있어서 실랑이를 하기도 하고 응급입원이나 전원 등의 일도 있었지만 일반 병동에 비해 이벤트는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시간에는 치료적 환경을 적용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일이 대부분이고 대체적으로 마음이 예쁜 분들이 많이 계셨기 때문에 행복하게 생활한 기억이 더 크다.
커피 한 잔과 담배 한 개비에 행복해하고, 컵라면 선물과 과자 선물이 정답게 오가며, 치료가 성공적이면 외출 시간도 늘리고, 개방 병동으로 옮겨가는 과정들에서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시간에 치이는 간호 과정이 힘들고, 치료에 적극 참여하는 치료적 관계를 원하며, 라포(신뢰와 친밀감으로 형성되는 관계) 형성 과정을 좋아한다면, 정신과 근무에 적합할 것이라고 선배로서 적극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