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지나간 뒤로 화상 채팅을 통해서 사람들과 만나는 일들이 잦아진다.
줌 같은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또는 간단하게 카카오톡 비디오콜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멀리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모임을 진행하게 된다.
친목 도모를 위한 시간도 있지만 일 때문에 만나는 회의나 뭔가를 배우기 위한 수업도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컴퓨터 화면 앞에 하루 종일 앉아서 모임을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요즘에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 매주 수업을 듣고 있는데
그 수업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모두 5-6개의 국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다.
우리가 이렇게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지만 같은 수업을 동시에 들을 수 있는 것은
이런 프로그램의 발달로 인해서 누릴 수 있는 축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수업을 들으면서 나의 행동을 관찰해 보게 되었다.
수업을 진행하시는 교수님이 쉬는 시간을 따로 갖지 않는 대신에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거나 하면 화면을 끄고 다녀와도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서 화면을 잠시 꺼도 되는 것이 허용된 수업이지만,
그래도 예의상, 또는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서 최대한 컴퓨터 화면을 켜고서 수업에 임한다.
하지만 중간에 좀 피곤하고 힘이 들거나 화장실을 가고자 할 때 가끔 화면을 끄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런데 화면을 끄고 나면 바로 나의 자세가 흐트러진다.
자세뿐만 아니라 표정 자체도 바꿔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교수님이 화면으로 학생들을 보고 계시기 때문에
화면에 나오는 얼굴조차도 표정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다가
화면이 꺼지면서 그냥 탁! 하고 스위치를 내려 버리는 듯이 편하게 변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보고 있을 때의 나와 그렇지 않을 때의 나의 모습의 차이점을 확연히 볼 수 있는 상황들인 듯하다.
누가 볼 때는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서 신경을 쓰고 있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는 진짜 내 모습이 확 드러나 버린다.
어떻게 보면 너무 자연스러운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누군가 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간극의 차이가 너무 크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홀로 해본다.
누군가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서, 잘 보이기 위해서 사는 삶이 아니기 때문에
화면이 꺼진 뒤에서
누구도 나를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좋은 자세 좋은 태도의 삶을 살아가는 내가 되길 고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