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얘기하면 대답하기가 싫어..
어떤 문제로 대화를 하다가 남편에게서 들은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그렇게 얘기하면..”은
자꾸만 내 말투가 자기를 나무라고 압박하는 듯이 느껴져서 대화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계기로 내 말투를 돌아보게 되었다.
남편에게 잘하는 나의 말투는 보통 “왜”라고 시작한다.
왜 그렇게 했어?
왜 아직도 안 했어?
왜 그러는 거야?
“왜”가 먼저 붙는 말들은 상대방에게 따지거나 추궁하는 듯이 들려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압박감을 느끼게 하고 그 질문에 대해서 반응을 하고 싶지 않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남편에게 물어봤을 때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 딱 대답하기가 싫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말투를 고칠까 생각해 보면서
“왜”를 “어떻게”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 보았다.
남편과의 대화에서 “왜”로 시작했던 말들을 “어떻게”로 시작해 보려고 애를 써 보았지만 너무 오래 입에 붙어버린 습관들은 쉽사리 고쳐지지가 않아서 항상 “왜”가 반쯤은 먼저 튀어나왔다.
언젠가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처방전에서 말투를 고쳐야 하는 부모들에게
노트에 적어서 여러 번 말하며 연습하게 했던 것이 생각이 나서
앉아서 노트에 적어 보았다.
왜 그렇게 했어? –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되었어?
왜 아직도 안 했어? – 어떻게 하면 잘 끝낼 수 있을까?
왜 그러는 거야? – 어떻게 진행하면 더 좋을까?
굳이 노트에 끄적거려 가면서 “왜” 문장을 “어떻게” 문장으로 바꾸어 보고
여러 번 얘기해 보면서 연습을 했다.
“왜”로 시작하는 문장들은 추궁하고 답답해하는 느낌을 주었는데
“어떻게”로 문장을 시작하다 보니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하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남편에게 말을 꺼내기 전에 스스로 인식하려는 노력도 해 보았다.
어떤 말은 “어떻게”로 표현이 잘 안 되어서 어려웠지만
점점 더 “왜”가 사라지고 남편도 부담 느끼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감사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대화하려는 작은 노력,
그 노력이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
우리는 너무 ‘나’ 중심으로 ‘내’ 방식의 대화를 하려고 한다.
오늘 한번 가정 안에서, 일터에서 “왜”보다는 “어떻게”로 대화하기로 노력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