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새의 사모곡
1개에서 8개가 되는 신비의 과정을 매일 지켜보며 새와 함께 지내는 나날이다. 8개에서 더 이상 머물지 않고 있는 걸 보면 이제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 틀림없다. 부쩍 어미새는 오전에도 낮에도 자주 날아오고 많은 시간을 알을 품고 있다. 특히 저녁이나 밤에는 아예 같이 동침을 함에 틀림없다. 육안으로 알은 그대로 8개이고 변화는 없으나. 저 알들 속의 세계에는 매일매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조류학자도 아니고, 자세하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자연현상에 대한 경탄과 더불어 관찰일지를 쓰고 있다는 자체가 기적이다. 과연 이 새의 이름은 무엇이며, 이 새의 부화 기간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가장 궁금한 것 중의 하나, 산란의 시기가 다른 이 새들의 부화시기는 같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산란의 순서대로 알도 부화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8마리의 새가 어떻게 이런 복잡한 질서를 따르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관찰 17일째. 8개에서 더 이상 늘지 않고 부쩍 어미새는 둥지 주변을 맴돌며 수시로 알을 품는다. 알이 껍질을 깨고 나오기까지의 부화 기간임에 틀림없다. 마지막 알을 낳은 지 7일 정도 지났다. 외면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데 오늘은 알 표면이 반지르르한 윤기가 돈다. 비가 온 것도 아닌데, 확연한 변화이다. 분명히 저 알들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아기가 있는 곳에 엄마는 반드시 있다. 바로 앞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어미새 포착. 머리는 검고 몸통은 청보랏빛이다. 날개를 펴고 날 때의 싱그러움이 아름다운 새이다. 거실에서 방충망 너머 보이는 새집에 알을 품고 앉아 있는 어미새의 머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새의 부화 기간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80일까지 다양하다. 사람의 경우 엄마 배속에서의 기간이 40주인 것에 비하면 짧다.
알려진 중 가장 부화 기간이 짧은 새는 특정 명금류로 단 10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 기간은 수정된 알이 나오고부터 새끼가 태어날 때까지를 잰 것이다. 부화 기간이 가장 긴 새는 로열알바트로스와 키위로 약 80일이 걸린다.
가장 완벽한 시작. 팀 버케드
수정과 알 품기에 이어 부화는 알의 삶에 있어서 세 번째 커다란 사건이라도 한다. 만화에서처럼 쉽고 낭만적이지 않다고 한다. 완전히 발달한 배아가 발목을 알의 뾰족한 끝부분에 두고 머리는 뭉툭한 끝부분을 향한 채 알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은 사람의 경우 태아가 엄마 배속에서 머리를 아래로 하고 거꾸로 있는 것과 유사하다.
폐에 산소 채우기, 혈액 몸으로 거둬들이기, 노른자 흡수.
1. 알 내부의 기실에 구멍을 내서 산소로 폐를 가득 채운다.
2. 알껍질 안쪽의 혈관 망의 혈액을 끊고 몸안으로 혈액을 거둬들인다.
배꼽에서 혈관이 떨어져 나오고 알껍질을 동그랗게 오려내기 직전에 혈관은 저절로 퇴화한다.
3. 마지막으로 새끼는 남은 노른자를 복부로 흡수해야 한다. 남은 노른자는 새끼의 작은창자로 연결된 줄기를 통해 빨아들인다. 이 “난황낭”은 부화 후 몇 시간 또는 며칠을 버틸 식량 저장고이다.
새끼가 난각(알껍질)의 안쪽 벽을 부리로 찌르기 시작하는데, 구멍을 내는 것을 도와주는 부리 끝의 난치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새들은 부화한 다음 며칠 지나서 난치가 빠지지만, 어떤 새들은 난치가 부리 속으로 다시 흡수된다고 한다.
난각을 부수고 나오면서 새끼는 처음으로 대기의 공기를 마시는데, 처음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추가로 산소를 마셔 활기를 충전하여 계속 쪼며 어깨와 다리로 난각 안쪽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파각"이라고 한다. 계속 파각이 이어지다 마침내 알의 가장 넓은 부분의 위쪽 꼭대기가 떨어져 버리고 새끼가 나오게 된다. 이 또한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다고 한다.
1960년대에 케임브리지 대학의 연구자였던 마가렛 빈스는 알이 서로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부화하기 전인 메추라기 알에 귀를 가져다 댄 그녀는 특이하게 찰칵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소리는 새끼 메추리가 난각을 처음 쪼고 난 지 10시간 이후부터 30시간 이전까지 내는 것이었고, 빈스는 이 소리를 이용해 같은 둥지에 있는 알들이 서로 신호를 보내 활동 시기를 맞추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빈스는 자신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서로 다른 조건에서 콜린 메추라기를 길렀다. 그는 알들이 동시에 부화하기 위해서는 서로 닿아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알들의 소통이 일부는 소리로, 일부는 촉각으로 이루어진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빈스는 메추라기 알을 인공적인 진동이나 소리에 노출시킴으로써 알들이 동시에 부화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새끼의 찰칵거리는 소리는 인접한 알의 부화과정을 늦출 수도 있고 서두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빈스가 다른 것들보다 24시간 늦게 둥지에 넣은 알이, 다른 알들과 비슷한 시기에 새끼가 나올 만큼 부화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장 완벽한 시작. 팀 버케드
가장 완벽한 시작의 팀 버케드에 의하면 알이 서로 이야기한다. 즉 산란의 시기가 달라도 서로 알들끼리 소리를 통해, 부화시기를 맞춘다는 것이다. 신기하다. 내가 발견한 경우 알은 매일 하나씩이었으니 분명 산란의 시기가 다르다. 이들이 시차를 두고 부화할 것인지, 한꺼번에 부화할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만약 한꺼번에 부화한다면 (내 생각에도 그럴 것 같다. 주로 사진이나, 영상에서는 새끼들이 한꺼번에 같은 동작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까) 알들이 서로 이야기한다는 것, 소통한다는 것이 증명되는 셈이다. 자연은 신비 그 자체이다.
산란에 이어 부화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생명의 신비를 눈앞에서 목도하며 살아있는 모든 것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저리 알고 새집을 만들고, 알을 낳고, 품어주고, 보살피는 어미새는 위대한 생명의 형상 그 자체입니다. 어미의 보살핌을 받으며, 꼬무락꼬무락 알 안에서 자라고 있을 새끼 새들 역시, 공기를 빨아들이고 혈액을 빨아들이고, 영양소를 빨아들이고,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것. 알속에 머물지 않고 아기새로 거듭나기 위해 새끼는 새끼대로, 어미는 어미대로, 그리고 그들을 축복하는 대기는 대기대로, 작게는 그저 가슴 졸이며 지켜보는 나는 나대로 생명의 탄생을 애써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른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이전의 세상을 부수고 나와야 한다는 것, 문득 데미안의 한 구절이 생각나네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새를 보며,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삶을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