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새들이 가장 활발하게 지저귀는 것이려니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아파트 가까이 새들이 날아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꽤 큰 녀석들이 아파트 벽에 잠깐 머물렀다 사라지기를 여러 번. 햇볕을 가리느라 내려진 블라인드 너머로 새 두 마리가 에어컨 실외기에 걸터앉아 있는 것 같아 가까이 보고 싶어 블라인드를 올리는 순간 화들짝 놀랐다.
어머낫! 에어컨 실외기 뒤에 새둥지가 만들어졌다. 새는 알을 몇 개나 낳을까? 한꺼번에 낳을까? 궁금하시다면, 저의 관찰일지 가볼까요?
새 둥지 관찰일지
발견 1일째 4.30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나뭇가지들이 겹쳐져 만들어져 있는 새집. 가슴이 뛴다. 이게 무슨 일이라니? 새집 안 상황을 알지 못하는지라 살금살금 가까이 가서 일단 새집을 다시 확인, 바로 에어컨이 설치된 벽이 있는 방 쪽의 창문을 열고 보니, 하.... 어렴풋이 자그마한 알 같은 게 보인다. 한 개인 것 같기도 하고, 두 개인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하다. 실외기와 벽 사이의 그 공간 틈에 둥지를 틀다니. 새들은 자신이 알을 낳게 된다는 것을 어떻게 알까? 그걸 본능이라고 하는 것 같다.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알을 낳게 될 것을 감지하고, 알을 안전하게 낳을 수 있도록 직접 나뭇가지 하나하나 옮겨다 집을 만든다. 어미새 혼자서 하는 것일까? 친구들이 함께 하는 것일까? 기가 막히게 알을 낳을 정도의 공간을 나뭇가지를 놓아 겹쳐 놓았다. 보통 큰 나무 위에다 새집을 짓는데, 바로 앞에 숲이고 군데군데 새집이 보이는데 왜 하필 아파트 담벼락 실외기 뒤에 고이 둥지를 틀었는지 모르겠다. 게다 많은 실외기가 설치되어있는데 하필 우리 집이라니. 뭐 황송했다. 선택받은 기분 같은 것. 구석자리 가지를 놓기 쉽지 않은데 어떻게 저런 모양을 만들 수 있는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신기하다는 말 외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마치 아이의 출산을 기다리는 어미의 마음처럼, 나 역시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이 장면을 목격하지 않을 수 없다.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저기서 짹짹 아기새가 태어나겠지. 어미새가 물어주는 먹이를 아기새가 먹는 장면을 운이 좋으면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겠지.
방 바로 밖에 붙어 있는 실외기와 벽 사이에 만들어져 있는 새둥지를 포착 어두워서 안쪽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발견 2일째 5.1
눈뜨자마자 새집 확인. 알 위로 하얀 솜털 같은 것이 덮여있다. 이 또한 무엇인지? 여하튼 알은 여전히 안전함을 확인했다. 오늘은 새들의 방문이 뜸하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데 아직 내가 발견을 못한 건지. 며칠 만에 부화하는 걸까? 날이 덥기 전에 부화하여 잘 자라 얼른 둥지를 떠나 비상하는 새가 되었으면 하는 생명의 안전에 대한 기원을 하게 된다. 생명체가 바로 우리 집에 깃들었다. 얘들이 날아가기 전까지 에어컨 사용 절대 금지다.
새알 하나
발견 3일째 5.2
오늘은 선명하게 새알 두 개가 보인다. 솜털처럼 덮였던 물체가 살짝 걷히었다. 오늘도 잘 자라거라. 괜히 방 안에서 까치발을 한다. 그리고 행여 덥다고 에어컨 틀면 안 된다고 아이들한테 신신당부한다.
두 개
발견 5일째 5.4
이게 무슨 일인가? 내 눈을 의심하다. 또 한 개가 늘었다. 그렇다면 밤새 새가 이 둥지에 알을 놓고 갔다는 말이다. 여러 마리의 새가 이 둥지를 기억하고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여기에 와서 낳는다. 신기한 일의 연속이다. 가만히 어린 새가 저 알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사진을 찍고 조용히 창문을 닫았다.
세 개 오후에 변화가 있을까? 싶어 저녁 6시 지나 문을 열어 확인해보았더니,
네 개 이럴 수가! 또 하나 늘었다. 낮에도 모르는 사이에 얼른 와서 알을 놓고 갔다.
6일째. 5.5
아침 8시쯤에 그대로 4개였는데 9시 38분 확인해 본 결과
다섯 개그사이 또 낳고 갔다. 이럴 수가! 이쯤이면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촬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어린이날 새알이 5개가 되었다. 5월 5일 5개
7일째 5.6
오늘도 변화가 있을까?
여섯 개또 한 개가 늘어 6개. 새마다 낳는 알의 수가 다르고 몸집에 따라서도 다르다고 하는데 보통 작은 새들의 경우 5-7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아마 이들은 2주 정도의 기간을 지나 부화될 것 같다. 물론 알을 낳은 순서에 따라 알을 깨고 나오는 새끼들의 순서도 다르겠지. 날마다 생명의 신비 앞에 경건해진다. 자주 어미새로 보이는 녀석이 둥지로 날아든다. 분명 알의 안전을 확인하는 셈이다. 어느 때보다 새들의 지저귐도 강렬하다. 어미새를 사진으로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 인기척에 예민하여 금방 날아가고 나 역시 그의 움직임에 방해를 주지 않고 싶기 때문에 가끔씩 둥지의 알을 확인하는 정도로만 문을 열어볼 것이다. 다행히 며칠 날씨가 너무 좋다. 잘 자라거라. 아기들아.
8일째 5.7
아침에 눈뜨자마자 확인하는 새집. 6개나 낳았으니 이젠 그치겠지 하는 생각에 일찍 확인해보았더니 역시 그대로다. 오전 내내 창 앞에 짹짹 소리로 분주하다. 알을 품어주려고 자주 오가는가 보다 했는데, 오후 1시경에 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일곱 개또 하나가 늘어서 모두 7개! 도대체 알을 몇 개나 낳는 거지? 알을 낳은 직후라서 그런지 새가 자주 새집을 기웃거린다. 거실 쪽에 앉아서 어미새를 포착했다. 날개에 보랏빛이 도는 예쁜 새다.
방충망 사이로 보여 희미하다. 오른쪽 아래가 새집이고 파란 동그라미 부분이 앉아있는 어미새
9일째 5.8
이젠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이젠 부화되기를 기다리면 되겠다 했는데, 허걱! 오늘도 하나 더 늘었다. 오늘로 8개. 새는 알을 몇 개나 낳을까?
여덟 개 11일째 5.10
이틀 째 알의 수에는 변화가 없다. 추측건대 이제 알을 다 낳은 것 같다. 어미새는 자주 새집 위에 앉아 알들을 품고 있다. 아기새가 부화하기까지 조용히 기다릴 시간이다.
아기새의 탄생을 운 좋게 목격할 수 있다면 다시 글로 인사하겠습니다. 이 글은 당일 발행을 미루고 있습니다. 아기새가 안전하게 부화하고 자신의 세계로 날아가고 난 후에야 이 글들도 방출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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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운이 좋았나 봅니다. 아기새의 탄생과 자기 세계로의 비상.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기록해둔 짧은 글을 오늘 부터 하나씩 방출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