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모다 Mar 16. 2024

저항의 필요성

      

저항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요.       


용케 기초반 레인에서 한 단계 격상하여 중급반 레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바로 옆 기초반 레인에서 들리는 수영강사의 설명이 내 관심을 끌었다.  '저항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요. 저항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가는 거예요.  저항이 없으면 아무리 발을 차도 헛발질에 불과해요. '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물속에서 움직이기 위해 저항은 필요하다. 수영강사의 저항이라는 단어에 문득 저항이 나쁜 것만이 아니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작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항의 사전식 풀이를 보면,      


저항

1. 어떤 힘이나 조건에 굽히지 아니하고 거역하거나 버팀.

2. 주가의 오름세가 매도 세력에 의하여 견제되거나 멈추는 일.

3. 물체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          


수영의 측면에서 본다면 여기서의 저항은 3번의 뜻, 즉 물체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을 말할 것이다. 물속에서의 움직임은 지상에서의 움직임보다 더 힘들다. 물이 주는 저항 때문이다. 이때 이 저항을 이용하면 물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      


저항의 필요      


저항이 있어야 즉,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저항이 있다고 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저항을 이용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물의 저항 속에서 사용하는 수영의 영법인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등은 그 저항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있음을 말해준다. 이때 당연히,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저항을 향해 팔을 뻗고 발을 움직이는 수고를 해야 한다. 수영 초보시절에는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거나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고전을 겪는다. 그러나 익숙해질수록, 편하게 숨 쉬며 편하게 수영을 즐기게 된다. 물의 저항을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는 말이다. 

  

삶에서 저항은 싫은 것으로 간주된다. 피하거나, 눌러 없애려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항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항이 없을 수 없지만, 저항이 없는 듯한 상황을 우리는 역사에서 자주 본다. 억지로 눌러 체제에 순응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을 때의 역사는 곧 살아 있는 때가 아니라 죽은 것과 마찬가지의 삶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그 상태는 결코 지속되지 않는다. 언젠가는 곪아 터질 때가 오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는 여당이 있으면 야당이 있어 서로 반대작용을 통해 더 나은 선을 추구한다. 하나의 권력만 존재하는 전체주의, 독재정권에서는 건강한 성장을 도모하기 힘들다. 죽어 있는 상태에서의 국가는 경직되고, 의도된 대로의 체제 속에서 형식만 갖추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역사에서 정치에서 확인하듯, 개인의 삶에서도 저항은 필수조건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반작용은 있을 수밖에 없다. 무균, 무중력의 상태가 아니다. 여러 가지 균이 존재하고, 서로 끌어당기는 다양한 힘의 작용이 존재한다. 수많은 반대를 만나며 개인은 다른 개인과 사회와 작용하고, 개인 내면으로 수많은 저항을 만난다. 그러나 그 저항의 힘을 통해 서로 부딪히며 방법을 모색하며 대화하며 투쟁하는 가운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성장하게 된다. 그러니 저항을 피할 것이 아니라, 슬기롭게 이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항이 있지만, 저항하는 힘을 이용해 내 쪽의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수영법처럼, 우리 삶도 저항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힘을 이용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실제 배경이 되는 스코틀랜드 독립의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하였던 윌리엄 웰리스는 잉글랜드의 폭압에 저항하다 붙잡혀 교수척장분지형이라는 처참한 죽음을 당한다. 인간으로서 그런 잔인한 고문이 있을까 싶은 행태들은 역사에 존재했고 기록으로 남겨졌다. 스코틀랜드를 제압하려던 에드워드 1세는 스코틀랜드 귀족들의 반란, 저항을 저항세력의 중심역할을 하던 웰레스를 처단함으로 진멸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웰레스의 죽음으로 스코틀랜드 인들은 결집하게 되고 에드워드 2세 때 배넉번전투에서 승리함으로 1328년 독립을 이룬다. 저항이 일어날 때는 무차별억압이 아닌 다른 방법이 상생의 길을 도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역사에서 배운다.     


저항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변화. 그것이 개인의 삶에는 어떻게 적용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새해 첫 기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