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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Mar 21. 2024

소아마비 폴의 미소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

 

끔찍해 보이는 산소통에 들어가 저렇게 해맑게 웃는 얼굴의 주인공은 어떤 사람인가? 얼마 전 기사로 접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 웃을 일이 별로 없는 현실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상황에서 웃고 있는 한 미국 남성!       


기사를 읽어본 결과, 1946년 생의 미국인 폴 알렉산더는 6살부터 소아마비에 걸려 전신이 마비되는 후유증을 얻었다. 그 후 72년 동안 호흡을 돕는 원통형 기계장치를 이용했고, 78세인 2024년에 사망했다. 소아마비 백신이 나오기 전에 소아마비 환자들은 얼굴과 목만 내놓을 수 있는 인공호흡장치인 철제 산소통 안에서 치료를 받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철제 산소통을 이용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철제 폐의 사나이’, ‘소아마비 폴’로 불리어졌다.      



호흡법을 배우며      


하루 몇 시간가량은 산소통 밖에서 호흡하는 법을 배웠고, 당시 간호사가 3분 동안 밖에서 스스로 호흡하면 강아지를 선물해 주겠다는 약속을 시작으로 산소통 밖에서 호흡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는 호흡 시간을 처음 3분에서 하루 최대 4-6시간까지 늘려가게 되었고 이 경험을 기반으로 2020년 ‘개를 위한 3분: 철제 산소통 안의 내 삶’이라는 책을 8년에 걸쳐 기록하여 출간하기도 했다.      



법학 박사 학위 취득     

 

호흡법을 배우며, 입으로 펜과 붓을 물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우며 홈 스쿨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 경제학 학사와 법학 박사 하위를 취득 후 변호사가 되어 실제 법정에 출석하기도 했다고 한다.   

   

첫 대학교 수업에 들어갈 때 죽을 만큼 두려웠다. 당시에는 공공장소등에 장애인이 전혀 없었다. 어디를 가든 나뿐이었다... 나는 내가 장애인 집단을 대표하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에게 ‘할 수 없다’도 말하는 이들과 항상 싸웠다.

폴 알렉산더  



그에게 배우는 긍정성    

  

당신의 배경이나 마주한 어려움과 상관없이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내 이야기는 당신의 과거와 걸림돌(장애)이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폴 알렉산더   


그의 무한 긍정성의 기원이 궁금하다. 타고난 것일 수도 있고, 그를 지지하는 환경의 영향일 수도 있고 , 그렇게 오래 철제 산소통에 있을 수 있는 주변의 경제적 여력도 한몫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떠나, 본인의 무한 긍정성은 기네스감이다. 일반적으로는 저절로 당연하게 하는 호흡이 그에게는 일생일대의 과제였다. 호흡을 위해 그는 시간과 다투며 배워야 했고, 마비상태에서 사용할 수 없는 손 대신  입으로 글을 썼고, 그림을 그렸고, 학위를 취득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아무리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해도 그는 대학교 수업에 처음 들어갈 때‘죽을 만큼 두려웠다’고 표현했다. 그가 두려움 따위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죽을 만큼의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맞서 넘어섰다는 것에 그의 위대성이 있다. ‘장애인은 할 수 없다’는 타인의 시선뿐만 아니라, 스스로 가진 두려움의 감정을 넘어서며 스스로를 극복했다. 그의 이런 태도는 주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폴의 친구 대니얼 스핑크스는 ‘폴은 웃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가진 ’ 긍정의 힘‘은 주변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했고, 폴의 동생 필립 알렉산더는 ‘그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영감을 줬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는 말로 폴의 영향력을 이야기한다.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주변의 소식을 알려주는 신문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쉽게 우울해진다. 좋은 이야기보다는 걱정거리들을 산더미처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만난 철제통에서의 폴의 미소가 내내 여운으로 남았다. 어려움을 넘어서는 그의 긍정성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그 누구의 웅변, 강의, 설교보다 힘이 있다. 






봄은 이만치 다가와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꽤 쌀쌀하여 옷을 따뜻하게 입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한낮의 햇살은 반팔티를 입고 거리를 누비고 싶어 지게 만듭니다. 지난해 들리던 그 명랑한 새소리도 창문너머 짹짹 제제제 끼룩끼룩 다양한 변주로 공기를 밝게 만들어줍니다. 사과가 금사과가 되어가고, 어쩌면 익숙하게 먹던 먹거리를 살 때 들었다 놓았다는 반복하는 망설임을 경험할지도 모릅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사회로 나아갈 길이 험난하여 이리저리 고민하는 청년들이 제 주변에도 널려 있습니다. 은퇴를 하여도 일을 해야 생활을 할 수 있는 노년들도 많습니다.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주변과 조화롭지 못해 이리저리 상처로 인한 아우성도 많이 들립니다. 열심히 살지만, 녹록지 않아 헉헉되는 신음소리들도 들립니다. 민생이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어 곁을 쳐다볼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봄은 왔고 이미 한가운데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나이 들어 배우는 수영시간에 항상 제일 뒤에 쳐져 강사의 눈치를 봅니다. 민폐 운운하며 그만두기도 합니다. 잘하는 사람들을 못 따라가는 사람들은 뒤에서 많이 망설입니다. 할 수 있을까? 그만둘까? 바로 제가 그렇습니다. 오늘도 나는 제일 뒤에서 아주 느린 속도로 꾸역꾸역 따라갔습니다. 강사도 포기한 듯합니다. 소아마비 폴을 떠올려 봅니다. '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자들과 싸웠던 폴을 떠올려 봅니다. 죽을 만큼 두려웠던 순간을 피하지 않고 맞섰던 폴을 떠올려 봅니다. 철제통에 누워 매일매일 호흡시간을 늘리려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던 폴을 떠올려 봅니다. 물론 그는 78세로 유명을 달리했지만, 그보다 아름다운 영혼이 있을까 싶습니다. 


쪼그라들지 말고, '할 수 없다'는 소리와 맞서며, 오늘 한 걸음을 디디는 나와 당신을 응원합니다. Goo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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