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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 Dec 01. 2021

03. 뮌헨: 상하이가 생각나는 도시

여행기간: 2021.11.5–2021.11.8

4일동안 뮌헨으로 여행을 갔다왔다. 뮌헨은 상하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도시지만, 나는 뮌헨에 있으면서 계속 상하이 생각이 났었다.


독일에 온 지 3주정도 되었을 때, 어디론가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었다. 아마 첫 3주동안 괴팅겐에서 적응하느라 “여행 다녀왔어!”라고 말 할 정도의 여행을 다녀오지 못해서였던 것 같다. 유럽에 오기는 했는데, 첫 한달동안은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고, 이런저런 학교 행사에 참여하느라 여행을 갈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괴팅겐으로부터 먼 어디론가 여행을 갔다오고 싶었다.


어디로 여행을 갈지 고민하다가 뮌헨으로 결정했다. 일단 독일 내부에서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었고, ‘독일여행’하면 즉각 떠오르는 3개의 도시 — 함부르크, 베를린, 뮌헨 — 중에서 고민을 했다. 함부르크는 이미 다녀오기도 했었고, 학교 친구들과 나중에 또 갈 것 같아서 제외했다. 베를린은 지인이 살고 있어서 지인 스케쥴과 맞춰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제외했다. 따라서 뮌헨으로 결정이 났다. 함부르크 여행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널널하게 4일을 잡아 여행을 다녀왔다.


Karlstor, 뮌헨 올드타운 입구




뮌헨을 여행을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 중 하나는 ‘어떤 교통패스를 구매할 것인가’였다. 바이에른 티켓은 뮌헨 내부에서만 주로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필요가 없었고, 일일권(7.9€) 이나 3일권(16.8€) 등은 교통수단을 타는 횟수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0회권 Stripe Ticket (14.6€)을 구매하였다. 4일동안 10회 이하로 대중교통을 사용할 것 같았고, 3개월동안 티켓이 유효하였기 때문에 여행 중간에 다시 티켓을 살 필요가 없었던 점이 큰 메리트였다. 4일동안 뮌헨 내부에서 교통을 사용한 횟수를 다 합쳐도 10회가 안 되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정말 잘 선택한 것 같다.


10회권 Stripe Ticket


처음에 뮌헨에 도착했을 때는 살짝 실망했었다. 도시의 느낌을 기대하고 갔었는데, 도시보다는 ‘큰 마을’ 의 느낌이 더 강했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도시를 찾으려고 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나 싶기도 하면서, 뮌헨이 그렇기 때문에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뮌헨에서 놀란 점은 사람들이 무단횡단을 정말 많이 한다는 것! 괴팅겐에서는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을 보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독일 사람들이 다 신호를 잘 지키는 모범시민인 줄 알았으나, 뮌헨에 오니 (과장을 조금 보태서) 중국 못지않게 무단횡단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예전에 잠시 상하이에 살았을 때 중국 현지인들의 무단횡단 스킬(?)을 보고 놀랐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뮌헨도 상하이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뮌헨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Marienplatz였다. 사실 이번 뮌헨 여행은 크게 계획을 세우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어디로 갈 지 딱히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구글 지도를 살펴보니 ‘OLD TOWN’이라고 적혀있는 곳이 있어서, 무작정 그 방향으로 걸어갔던 것 같다. 아래 장소들은 모두 OLD TOWN쪽에 있는 명소들이다.


St. Michael’s Church in Old town
Munich new town hall
Dianatempel in Hofgarten
Munich Residence

뮌헨의 Old town은 볼거리가 참 많아서 마지막날에도 다시 방문했다.




여행 둘째날에 호스텔의 친구가 추천해 준 Mr.Pancake에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토요일 아침의 브런치집답게 사람이 정말 많았다. 나는 4인석에 혼자 앉고 있었는데,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네팔커플이 자리에 앉아도 되냐고 물어봐서 같이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남자가 뮌헨공대에서 컴과쪽 박사를 공부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진로 관련해서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괴팅겐에서 컴퓨터쪽 친구가 없어 커리어적으로 대화를 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뮌헨에서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최근에 석사 및 IT 스타트업 취업 관련해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관련해서 유럽/미국/아시아의 특징 및 진로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남자분께서 만약 유럽으로 석사를 올 거면 뮌헨공대랑 취리히대학도 한 번 생각해보라면서 추천을 해 주었다.


Blueberry pancake, Mr. Pancake




뮌헨은 도시와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건물들도 다 낮고, 자동차가 많지도 않고, 밤에는 어두컴컴하다. 그런데 나는 뮌헨에서 계속 상하이가 떠올랐다. 아마 뮌헨의 사람들이 상하이 사람들을 계속 떠올리게 해서 그랬지 않았을까. 서스럼없이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오른쪽으로 줄을 서서 올라가던 사람들, 서울 못지 않게 복잡한 뮌헨지하철에서 지하철을 서서 타던 사람들, 무표정의 뮌헨 사람들 등등. 마을의 모습을 지니면서 도시의 특성을 보여주는 뮌헨이 참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Shanghai (left) vs Munich (right) — Munich picture from ‘The Munich Guide’




이번 여행에서 괴팅겐을 떠나 새로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으나, 여행 4일 내내 친구들이 많이 그리웠었다. 여행 오기 직전에 감기를 심하게 앓아서 한 3일 정도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냈다. 3일 정도 혼자 있다가, 바로 뮌헨으로 여행을 떠나서 정말 친구들이 보고싶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여행을 계기로 ‘여행’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처음에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왔을 때는 ‘유럽 구석구석 다 돌아다녀야지!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다 가야지!’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정작 괴팅겐에서 교환학생을 시작하니 괴팅겐에서의 시간을 더 즐기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식사, 펍에서 나누는 대화, 한국에 돌아가면 정말 그리울 것 같은 파티 등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여행에 대한 생각이 처음보다 줄어들었다. 10월 한달 동안 괴팅겐에 잘 적응했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싶으며, 그래서 더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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