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환경을 찾아갈 수 있는 힘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저는 사람마다 본인에게 맞는 환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환경"이라는 것은 주변에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직업일 수도 있고, 본인이 하는 활동일 수도 있고, 사는 공간, 사는 지역, 속해있는 문화, 주변에 두는 물건들, 소비하는 콘텐츠 등 한 인물의 삶의 총체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달 전에 과 후배를 만났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이전보다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원래 컴퓨터학과 전공으로, 정말 안 맞는 전공을 공부해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친구였는데 지난 학기에 수학과 이중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참 신기했던 모습이, 본인과 맞는 것을 공부하기 시작한 후로 학업적인 면 뿐만 아니라 삶의 다른 요소들까지 긍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인간관계는 더욱 풍성해지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고, 성적이 좋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이 놀러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고요. '이 친구가 본인의 자리를 찾아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모든 삶이 그러하듯이 그 친구의 고민이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될 지 모르는 문제들'이 좀 더 '덤벼볼 만한 문제들'로 변했고, 그런 고민을 하는 삶이 조금 더 행복하고 풍성해 보였습니다. 솔직히 본인의 자리를 찾은 것이 조금 부럽기도 하더라고요.
그 친구를 보면서 제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생각이 났습니다. 사랑스러운 친구입니다. 사교성 좋고, 창의적이고, 선배들이나 어른들과 잘 지내는 친구입니다. 잘 하는 것이 정말 많고, 어딜가나 통통 튀는 그런 친구여서 저는 그 친구가 반짝반짝 빛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친구가 대학에서 컴퓨터 공부를 하면서 (이 친구도!) 그런 밝음이 잘 발휘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소소하게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끝나고, 친구가 학생회에 들어가면서, 본인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그런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저도 참 행복했습니다. 그 친구가 훨씬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는 것 같아서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저 또한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규칙이 덜한 상황에서 가장 '제 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인간관계도, 건강도, 삶의 사소한 요소들까지 다 한 단계, 아니 몇 단계씩 더 쉬운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모두에게 잘 맞는 환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시대는 그 환경을 찾아나가기가 이전보다는 비교적 수월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하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느껴집니다. 사실, 자기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찾는다는게, 말은 쉬울 수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과업 중 하나가 아닐까요?
이미 삶이 자리 잡히신 분들에게는 많은 용기와 에너지, 돈, 그리고 주변의 서포트가 필요할 수 있고, 어떤 분들에게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지지대가 필요할 수 있고요. 개인에게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고 낙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어렵고, 다른 사람도 어렵고, 모두에게 어려운 인생의 과업 중 하나가 아닐까 - 감히 생각이 드네요.
만약 지금 상황이 너무 힘들다면, 그래서 나에게 맞는 환경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 고민과 의심에 빠졌다면, 혹은 그 환경을 찾아나가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당신이 그 길을 찾아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삶이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감도 안 오는 문제들'에서 조금 더 '덤벼볼 만한 문제들'로 가득 찬 인생이 되길, 더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우리 모두 찾아갈 수 있길 정말로 바랍니다.
사실 요즘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이러한 점을 사회 시스템 자체에서 배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개인의 특징과 성격, 주어진 장단점을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이나 가치관이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면 본인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나가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 그래서 개개인이 좀 더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 그런 고민이 종종 들곤 합니다. 이런 사회적인 방법에 대해서 아직 저는 생각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요새 생각이 올라오긴 하지만, 아직 잘은 모르겠네요. 혹시 의견 있으신 분 계시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 모두 다들 잘 맞는 환경에서 살기를, 혹은 그 환경을 찾아나가길 바라면서 이만 마무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