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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미러 Nov 02. 2024

Vol.26 <두들페이퍼: 연필 끝에 담긴 꿍꿍이>

기록보관소

어떻게 지내요.


그 간단한 인사를 어쩌지 못해 나는 멈춘다. 변변한 대답을 마련하려고 아등바등하지만 매번 잘 지낸다는 답변 이상을 내놓지 못한다. 사람이라는 종은 사랑스럽고 불시에 서글펐는데, 어떻게 지내냐는 말은 은연중에 후자를 골라 축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낙서로 전해오는 안부 앞에서는 사랑스럽고 서글픈 면면들이 손에 잡히는 대로 꺼내졌다. 무엇에 억지를 부렸고 어떤 수치를 겪었는지, 그 순간 얼마큼 들떴고 또 가라앉았는지 말이다.


낙서 모임 ‘두들페잇퍼’가 그렇다. 끄적이며 소식을 문답하는 이곳 사람들은 서로가 히읗을 쓸 때 직선 두 개를 교차하여 두는지 아니면 나란히 두는지를 아는 듯했다. 두들페잇퍼와 그들의 브랜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그만 나오려는데, 그날의 인사말이 나의 마음을 마구 흔들었다. “그늘이요, 어둡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수줍은 것 같아요.”


소감은 낙서로 제출할 것


자기소개로 시작해 볼까요?

민정: 홍대 인근에서 만화책방 ‘즐거운작당’과 그림책방 ‘달달한작당’을 운영했습니다. 지금은 두 공간을 합쳐 ‘페잇퍼’ 한 곳을 운영하고 있어요.

가영: 만화와 낙서, 디저트를 좋아하는 페잇퍼 직원입니다! 사람이에요.(웃음)

수현: 책방 페잇퍼의 전신인 즐거운작당과 달달한작당 때부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두들페잇퍼’라는 모임을 결성하게 되었나요?

민정: 저의 동료이자 친구인 함수 씨, 가영 씨와 달리 저는 글씨도 그림도 영 꽝이어서 종이 노트를 즐겨 쓰는 편은 아니에요. 한 번은 둘의 허락을 받아 노트를 구경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밌더라고요. 잘하려고 작정하고 쓰고 그린 것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날것의 생생함이랄까요. 이런 낙서로 노트 한 권을 가득 채워서 서로 돌려보면 엄청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가영: 대충 휘갈긴 선도 글과 그림이 될 수 있다는 데에서 출발했어요. 우선은 낙서부터 해보자 싶었죠. 꼭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낙서로 무얼 할 수 있을지를 떠올렸어요. 전시나 굿즈 같은 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탄생하게 됐습니다.

수현: 저는 항상 낙서장을 들고 다녀요. 어느 날 제 노트를 보던 사장님이 어지간한 책보다 더 재밌다면서 본격적으로 낙서만 하는 모임을 만들어 보자는 거예요. 그렇게 함께하게 됐어요. 아마 제가 최다 참가자일 것 같네요.


두들페잇퍼는 낙서를 통해 소통하는 곳이죠. 여러분은 낙서에 주로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요? 

민정: 그날그날 읽었던 책에서 특별히 마음에 남는 부분을 필사하고 제 생각을 조금 보태서 쓰고 있어요. 제게 낙서는 손으로 하는 심호흡 같은 느낌이에요. 하다 보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죠. 그렇다 보니 이야기라 할 만한 건 딱히 없을 수도요.

가영: 거의 잡생각을 쓰고 있어요. 생각이 우주까지 뻗어나가는 편이라 이것저것 정말 떠오르는 대로요. 그래서 같은 노트라도 어떤 페이지는 일기 같고 어떤 페이지는 사전 같아요.

수현: 스트레스를 풀거나 반려견과의 일상을 담은 일기를 씁니다. 손버릇처럼 그리던 것을 또 그리기도 하고요. 장바구니 목록처럼 갑자기 메모장이 필요해서 적은 기록들도 있어요. 낙서장을 한 권의 책처럼 만드시는 분들도 있는데 전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그야말로 자유롭네요. 발화와는 확연히 다른 것 같아요.

민정: 일상 속 대화는 타자와의 대화가 대부분이라면 낙서는 나와의 대화라는 점이 또 달라요. 일반적으로 낙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니까요. 그런 점에서 저희가 진행하는 낙서 전시는 조금 예외적인 상황이겠네요.

가영: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낙서를 통해 말할 때 조금 더 솔직할 수 있다고 느꼈어요. 어떤 날에는 덧붙여지고 어떤 날에는 함축되기도 하면서요.

수현: 일상 속 말하기가 머리로만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라면 낙서는 막연했던 생각을 부단히 쓰고 지우며 풀이하는 일 같아요. 그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시작되는 독백처럼 중구난방이어도 세련되지 않아도 돼서 좋아요. 낙서장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크게 진중해지기 어려운데, 오히려 그런 느낌의 기록이다 보니 행위 자체로 휴식이 되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나를 위한 휴식인 거죠.


만약 낙서에도 말씨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나’의 낙서는 어떤가요? 

민정: 필사한 부분에 보탠 제 낙서들은 대부분 저에게 던지는 질문이라. 질문쟁이의 말투?(웃음)

가영: 직설적인 편 같아요. 비유는 하고 싶어도 잘 못해서요. 그게 부끄럽기도 하지만 낙서는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괜찮아요!

수현: 그저 ‘두서없이’라는 단어를 붙여주고 싶어요.


숫자보다 중요한 것


정기적인 낙서 모임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했어요. SNS 운영, 웹사이트 제작, 전시, 굿즈 판매, 잡지 발행 등 그 전개 과정이 궁금해요.

민정: 구체적인 비전이나 로드맵을 가지고 진행한 일들은 아니었어요. 저희는 코로나 상황에서 시작된 모임이라 책방 한편에 낙서 노트를 전시해 두어도 방문객이 그리 많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홈페이지와 SNS를 만들어 온라인 전시를 병행했죠. 그러다가 낙서로 전시도 했는데 마켓이라고 못 할 건 없겠다 싶어서 굿즈 제작에 도전했어요. 굿즈를 온라인으로 팔아 볼까 싶어서 온라인 스토어도 뚝딱 구축했고요. 한편으로는 ‘paper’라는 단어에 신문이라는 뜻도 있으니 잡지를 제작해 보자길래 또 뚝딱 만들게 됐습니다. 

가영: 처음에는 웃으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진지해졌던 것 같아요.

수현: 김칫국 들이킨다는 생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구체화했어요. 지금은 멈춘 영역도 있지만요.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굿즈와 잡지를 통해 그간의 활동을 상품화하면서 ‘두들샵’이라는 온라인 스토어도 생겼고요. 정체성에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민정: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즐거워할 멤버들의 표정을 마음속으로 그려 보는 걸 좋아할 뿐이에요. 상상을 구현하는 데 힘을 보태 주겠다는 친구들이 등장하면 한 번 도전해 보는 정도죠. 정체성에 있어 큰 변화는 딱히 없었다고나 할까요. 낙서 모임이라는 원형이 워낙 강해서요.

수현: 낙서 모임의 모집 및 진행 과정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굿즈나 잡지 제작은 아직 시작 단계라 해야 할 것이 많아요. 두들샵의 소비자는 모임 참여에 관심을 두시는 분들과는 또 달라서요. 현재의 두들페잇퍼는 별개의 정체성이 양립하고 있는 상태 같습니다.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모임 활동과 그 모임 활동에서 비롯된 약간의 브랜드 활동으로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에서 오는 힘이 커 보여요. 수익을 우선시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두들페잇퍼만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가치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민정: 낙서 같은 가벼운 마음이요. 다들 알게 모르게 교과서 귀퉁이에, 노트에 혹은 다른 곳에 낙서는 하잖아요. 노트 한 권을 끝까지 채우는 건 고단한 일이지만 낙서로 해보자고 마음먹으면 꽤 할 만한 일이 돼요. 전시도요. 낙서 전시인데 누가 뭐라 하겠느냐는 마음으로 용기 낸 멤버들이 많아요. 이런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삶의 다른 일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가영: 낙서는 모두가 할 수 있다는 점 아닐까요? 대단한 글도 그림도 필요 없죠. 그냥 날짜나 날씨를 적기만 해도 되고 동그란 스마일리를, 아니 동그라미만 그려도 상관없어요. 모두가 부담 없이 다가와서 즐거운 경험을 하길 바라요. 더불어 손수 만들어 낸 결과물이 탄생했을 때의 뿌듯함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낙서가 가진 힘을 신뢰했던 거네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낙서의 매력이 궁금해요.

민정: 날것, 가벼움, 부담 없음, 귀여움, 솔직함이요.

가영: 영수증 뒷면에, 냅킨에, 찢어진 종이에, 컵 홀더에 언제든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는 게 특히 매력적이죠. 그리고 뭔가 귀엽지 않나요?(웃음)

수현: 너무 많지만, 완벽한 수정이 어려워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하다는 점 그리고 완성한 낙서 노트는 한 권의 수필집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점이요. 커피랑 잘 어울리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낙서가 갖고 있는 매력 중 ‘솔직함’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어요. 우리는 비밀스러운 만큼 솔직해지기도 하잖아요.

민정: 나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일기장 같은 낙서가 있는가 하면 그저 손 가는 대로 끄적인 낙서도 있어요. 후자의 경우에는 나의 속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아예 없기도 합니다. 저희 멤버들만 보아도 노트를 다 채운 뒤 그냥 혼자 간직하겠다는 분도 있고, 전시를 염두에 둬서 드러내고 싶은 부분만 드러내는 분도 있고, 뭘 드러내고 감출지 별로 개의치 않는 분도 있고 다양합니다. 각자의 기준으로 본인이 드러내고 싶은 만큼만 드러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가영: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누군가는 분명 제 낙서에 크게 공감하기도 하겠죠. 저는 그 쪽으로 나아가려 했어요.

수현: 숨겨왔던 비밀이나 생각을 꼭 진실되게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들페잇퍼에는 그런 부분까지 공유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서로 그렇게 하다 보니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에 더 편해진 걸지도 모르겠어요. 


Let’s doodle!


섬토끼 님

-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 재미 없어진 ‘섬토끼’입니다. 분명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연차가 쌓일수록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이게 맞는지 고민하게 됐어요.

- ‘지지몬’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제 일상을 녹여봤어요. 당시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푹 빠져 있어서 ‘Hey Mama’를 따라 춰봤지만, 결과는……. 네. 그렇습니다.(웃음)

- 낙서할 때 쓰겠다며 새로운 문구류를 계속 사들입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까워서 자꾸 원래 쓰던 것만 사용하게 돼요. 아이디어가 생기면 들고 다니는 수첩에 낙서해 뒀다가 나중에 참고하기도 해요.


흣쨔 님

- 긴장 가득한 첫 인턴 생활이 끝나고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흣쨔’입니다.

- 이렇게 아름다운 움직임이라니! 돌아오는 길 어둠 속에서 공연의 여운을 즐기며 춤을 췄어요. 가로등 불빛이 꼭 무대 조명 같았달까요.

- 연필을 좋아하지만 번지는 것은 싫어 주로 펜으로 낙서하는 편이에요. 가지고 다니면서 휙휙 그리는 게 낙서의 맛이죠! 그런데 낙서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늘 이야기를 담게 되네요.


지키고 싶은 낙서의 마음


매주 멤버들과 서로의 낙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알고 있어요. 표현하기를 “낙서 안부를 묻는다”라고요.

민정: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니에요. 실은 낙서 노트 마감일까지 원활한 노트 회수를 위해서 생각해 낸 것이 낙서 안부 모임이었어요.(비밀이에요!) 전시를 위해서는 일단 노트가 완성되어야 하는데 이를 멤버들 자율에만 맡기기는 조금 불안한 감이 있었거든요. 

수현: 활동 가이드는 따로 없어요. 참석은 자율이고 공개할 낙서를 준비하지 않아도 눈팅*과 응원의 형태로 참여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일상을 다루는 기록이 많다 보니 참가자의 사적인 이야기도 공유가 돼요.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거죠.

*인터넷 상에서 다른 사람의 활동을 지켜보기만 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 눈과 채팅(Chatting)의 합성어.


멤버들 간 유대도 끈끈할 것 같은데 이것 또한 두들페잇퍼가 추구하는 방향일까요?

민정: 그렇네요. 운영자인 제가 깜짝 놀랄 정도로 즐거운 모임이 됐어요. 낙서를 준비하지 못해도 다정한 말들이 쏟아지죠. 이 모임의 초기 목적대로라면 마감 날짜를 앞에 두고 벌이는 합평인 셈인데 이렇게나 느슨한 분위기라니! 가끔 난감한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죠. 이런 것까지 낙서의 마음일 테니 지켜주고 싶어요.

가영: 그렇습니다. 모두 함께 ‘잘했어 잘했어’ 하는 거예요. 폭풍 칭찬이 항시 준비되어 있죠. 과한 것 같아서 이상할 수도 있지만 다들 비슷한 결과 마음을 가져서인지 이런 식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는 것 같아요.


멤버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브랜드 메시지에도 확신을 주었을 것 같아요. 외부에서 두들페잇퍼를 마주하게 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민정: “너도 낙서를 할 수 있고 그걸로 충분해.” 그렇게 말해주는 친구들이 거기에 있어.

가영: 저희의 정체를 궁금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호기심이 두들페잇퍼에 한 번 참여해 보고 싶다는 형태로 종결된다면 무척 기쁠 것 같네요. 이후 ‘재미있었어, 해볼 만했어, 가치가 있었어.’까지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요.

수현: 두들페잇퍼는 모두의 낙서를 지지하는 마음이에요. 혼자 해도 되지만 저희와 함께하면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고 광고 아닌 광고를 해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민정: 무게 중심이 진지함으로 기울 때마다 낙서 특유의 생생한 매력이 줄어든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하에 이 일을 끌고 나가는 것이 더욱 조심스러운 요즘입니다. 그렇지만 꼭 멤버들의 낙서로 책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수현: 멤버가 많아지면 변화가 불가피하겠지만 지금의 운영 방식과 다정한 안부가 난무하는 커뮤니티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점점 더 참가하기 힘든 희귀한 모임이 될 수밖에요.(웃음) 추후에는 두들샵을 통해 지금보다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저작권이나 상품성에 대해서 고민할 것이 많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 즐거울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될 것 같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우리는 날것의 감상을 그늘 속에 숨겨두고는 하죠. 이를 일상에서 드러내지 못하는 건 왜일까요?

민정: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해서 어둡고 쿰쿰한 것들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보다 그늘에서의 내 모습을 더 나답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고요. 무엇보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그늘은 생각만으로도 너무 소중한걸요. 낙서엔 다양한 것들이 잔뜩 담기는데, 그걸 모두 밖으로 꺼내 보이지 않는 건 그저 ‘이익이 적거나 없을 것 같아서’ 같은 현실적인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어쩌면 ‘나만 알고 싶을 만큼 귀하고 소중한 것이어서!’라는 낭만적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고요.


낙서의 마음. 그 말 앞에 한참을 있었다. 그동안 땅거미가 져서 바깥은 사방이 그늘이었다. 슬그머니 길어진 그늘에서는 신체를 비롯한 온갖 것의 열기가 한풀 꺾여나갔다. 그 현상을 두고 해소인지 갈취인지를 고민하다 끝내는 두 마디 구절로 되돌아왔다. 낙서의 마음. 


그늘을 드러내려는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그들의 쭈뼛거리는 몸에 대해서도. 무언가 끄적이려 할 때마다 조금씩 벌어지는 그들의 눈, 코, 입을 좋아한다. 솔직하고 귀여운, 마침내 끄적이고야 마는, 수줍음에 바탕을 둔 낙서의 힘이 거기에 있다. 두들페잇퍼가 꾸려낼 브랜드의 최종 완성형도 어쩌면 그런 것 아닐까? 어떤 날의 나를, 너를, 세계를 감싸줄 시원한 품을 회복하는 것. 그리하여 상대의 붉어진 볼을 한소끔 식혀주는 것. 이곳의 브랜드 메시지는 서두와 말미가 전부 낙서다. 낙서와 모임의 조합이란 이토록 산뜻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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