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르완다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르완다를 방문할 한국분들이 얼마나 될지 아니 있기나 할지 모르지만, 제가 4년 정도 거주한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의 맛집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요리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온통 굽거나 찌는 거 외에는 조리법이 없는 르완다 식당가에서 그나마 제 입맛과 외로움을 달래주던 곳들입니다. 12월에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생각나고 어쩌면 그리워하게 될 장소요 추억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식당은 르완다 식 정확히는 동아프리카 식 요리를 제공하는 선다우너 (Sun Downer)입니다. 염소구이 요리 야마초마(Nyama Choma)를 화덕에서 구워서 내놓는데 기름기가 쫙 빠져 담백한 염소고기의 맛이 일품입니다. 소고기, 닭고기, 염소고기, 생선, 소 내장을 두툼하게 썰어 역시 화덕에서 구운 꼬치구이 요리인 브로셋(Brochette)도 좋습니다. 사이드로 시키는 구운 감자도 맛있고, 이탈리아 방식으로 얇게 구운 피자들도 제 기대를 저버린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두 번째는 멕시코 요리를 파는 메제 프레쉬(Meze Fresh)입니다. 여기서보다 더 맛있는 브리또와 또띠야, 꿰사디아를 한국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메제 프레쉬는 가성비가 아주 뛰어납니다. 대부분의 메뉴가 한국돈으로 7, 8천 원을 넘지 않습니다. 땅에 별들이 깔린 것처럼 고즈넉이 환상적인 키갈리 야경을 두 분에 가득 담을 수 있는 2층 창가에 앉아 퀘사디아 한 접시와 함께 르완다 맥주 뮈찡(Muzig) 한 잔을 놓으면 하늘에 떠 있는 행복함에 취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추천할 식당은 포봐르 느와르(Poivre Noir)입니다. 딱히 어느 나라 음식이라 특정할 수 없지만 유럽 스타일의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고급스럽게 서빙하는 식당입니다. 스테이크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질의 그대로 남아 있도록 진짜로 구워 나옵니다. 대부분의 르완다 스케이트 하우스가 고기를 그저 익혀 나오는 것과 천양지차입니다. 생고기를 패티로 넣은 햄버거도 훌륭한데 한국에서 만났던 어느 수제 버거보다도 뛰어나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키갈리 제일로 추천하는 잉카(Inka Steakhouse)보다 저는 이곳의 스케이크가 더 마음에 듭니다.
2020년 11월 25일
묵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