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편한 걸 어떡해?
1월에 다리 골절상을 입은 뒤로 운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재작년 말 르완다에서 귀국하면서 테니스와도 멀어진 데다 땀을 충분히 흘릴 만한 마땅한 운동거리를 찾지 못해 퇴근 후에 실내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실내자전거 타기는 하루 5차례의 맨손운동세트와 함께 저의 건강을 책임지는 아주 중요한 루틴이 됐습니다. 15분간 빠르게 달려 온몸을 땀으로 흥건히 적신 후 샤워하고 나면 육신의 상쾌함과 하루를 보람차게 마쳤다는 정신적 뿌듯함은 전혀 나무할 데가 없습니다.
헌데 이 실내자전거 타기에는 문제가 좀 있습니다. 3층인 저희 집 거실이 아파트 놀이터 쪽으로 창이 나있어 밖에서 제가 자전거 타는 모습이 살짝 보인다는 점입니다. 땀이 나면 덥고 갑갑하여 제가 웃통은 다 벗고, 아래도 사각빤스만 입은 채로 실내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밖에서 저의 상체 윗부분이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녁 9시가 다된 늦은 시간이라 놀이터에 사람이 거의 없기는 한데, 혹시라도 누가 보게 되면 우리 아파트에 변태 한 마리가 산다고 소문을 낼까 조금 걱정됩니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집안에 있습니다. 제가 실내자전거를 탈 때 옆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는 마누라의 잔소리도 귀찮기만 합니다. 자전거 페달 소리가 시끄러워서 드라마를 보는데 방해된다는 잔소리는 제가 갤럭시 버즈를 선물한 다음에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저의 몸매에 대한 품평은 어찌 대처할 방법이 없네요. 삐쩍 말라서 보기 싫다느니, 등이 굽었다느니, 자전거 타는 자세가 빵점이네 하면서 흉을 보는 마누라를 무시하려고 해도 은근히 신경 쓰입니다.
딸아이는 한술 더 뜹니다, ‘아니, 아빠는 양심도 없어? 그 몸매에 자꾸 옷을 벗어 제끼고 난리야?’ 하는 데는 도무지 어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애기 때 고열로 응급실에 실려가면 옷을 다 벗기고 온몸에 마른 수건 마사지를 해주던 일이나, 마사지 도중에 쉬 마렵다 하여 화장실에 데려가다 보면 그새를 못 참고 그만 제 손바닥에 똥을 싸던 녀석이 어따 아부지의 몸매 평가를 하느냐고 소리치면 ‘또 그런 헛소리냐’ 하는 딸아이의 비웃음이 다시 제게로 메아리 칠 뿐입니다.
그래서 이제 실내자전거를 탈 때는 운동용 짧은 반바지를 입기로 했습니다. 어디 똥이 무서워서 피합니까? 더러워서 피하지. 운동 복장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불쌍한 가장의 넋두리였습니다.
2022년 12월 9일
묵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