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장은 서구의 시장과 기본적으로 상이하다. 일반적인 시장은 민간에서 생성·발전한 것이지만, 한국의 시장은 주요한 정치적 계기들을 통해 국가에 의해 만들어져 권위주의 산업화 과정에서 창출되었다.
권위주의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시장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국가는 강한 국가 주도성을 가지게 된다. 국가가 경제의 성장 목표를 설정하고 여기에 민간 기업을 동원해 자원의 할당과 분배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둘째, 이 과정에서 국가에 의하여 육성된 소수의 거대 기업들이 국가의 거시경제정책의 성장 목표를 대리 추진하게 되며 이는 국민경제를 지배하게 되는 체재인 재벌 경제체제가 된다. 이러한 특징들은 정치 시장에서만 권위주의적 독점 구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시장에서도 독점과 배제가 지배적인 원리가 됨으로써 투명성과 공정 경쟁이라는 시장 경제 본래의 특징이 발휘될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재벌 편향적 성장 제일주의는 항구적으로 경제 시장을 사회 상층 엘리트 간의 게임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더 이상 국가가 지원하지 않는 이 시점에 와서 재벌들은 스스로 몸 불리기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세계로 뻗어나가지 않고 영세한 골목 상권으로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룡 같은 재벌 마트, 빵집들은 수십 년간 일구어온 골목 상권들을 순식간에 초토화시켰다. 중소기업이나 중소상인들이 있는 소규모 업종들은 소시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 중에 하나는 기존의 권위주의적 시장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런 시장체제가 유지된다는 사실은 사회의 한 집단에게는 기득 이익과 특권을, 다른 집단에게는 소외와 배제를 되풀이 함으로써 권위주의 하에서의 사회 분열과 균열을 그대로 유지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시민의 영역에 재벌들이 들어오는 것을 사전에 차단시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