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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동 Sep 12. 2020

차별의 아픔

가르치는 학생 중에 초등학생 쌍둥이가 있다. W와 E라고 하겠다. 학생의 어머니는 W에게 지대한 기대가 있다. E는 거의 처음부터 나에게 큰 기대가 없고, 바르게만 자라길 바라신다고 하셨다. 첫 실력테스트 때 W는 만점을 받고, E는 1개 틀렸다. 실력의 차이는 있지만 크진 않단 이야기다. 얼추 그 둘 실력의 책을 선정해서 공부를 시작했다.


나는 영재교육원도 함께 대비하는 선생님이다. 영재교육원은 다른 글에 후술 하겠지만, 진짜 영재보단 키워지는 영재들이 간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그 기관을 나쁘게 보지 않고 오히려 아이가 영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며 좋게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에게 권장하고 있는 편이다. 이 어머니도 관심이 있으셨다. 그렇지만 영재교육원 준비는 W만 하게 되었다.


W는 똘똘하다. 그런데 E도 똘똘하다. 둘의 차이는 근소하다. 노력으로 충분히 뒤엎을 수 있는 차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W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어있다. W는 초등학생이지만 그걸 잘 알고 있다. W는 심적 부담감이 굉장하다.


오늘 갑자기 W가 문제가 풀기 싫다고 말해왔다. E는 충분히 해냈는데 W만 힘들어했다. W는 무조건 쉬운 문제만 풀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쉬운 건 다 맞출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선생님이 필요 없지 않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그가 바라는 것은 20문제 중 1문제 정도 틀리는 거였다. 그래서 E가 푸는 문제도 원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식으로 구슬려도 그는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의 어머니와 통화했다. 어머니는 안타까워하며 W가 오늘 피곤해서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통화가 끝나자 W가 갑자기 나에게 왔다. 선생님. 제가 왜 싫은지 알려드릴까요? 말해달라고 부추겼다. 그가 문을 잠그고 들어왔다.


W의 어머니는 W가 70점을 맞으면 문제집 2권을 풀라고 하신다. 반면 E가 70점을 맞으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신다. W는 이걸 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아파했다. W는 너무 힘들어한다. 그리고 나도 가슴 아팠다. 내가 다시 어머니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연락드렸는데, 사실 어디서부터 이걸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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