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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비 Oct 15. 2024

바람 소리

춤추는 인생

밖의 기온이 높지 않아 에어컨이 돌지 않길래 창문을 열어두니 선선한 바람이 너무 상쾌하다. 책상에 콕 박혀 일하는데 창 밖으로 들려오는 바람 소리가 어찌나 좋은지.

바람이 지나가면서 나무들과 부딪혀 춤을 춘다. 나뭇잎들이 우수수 흔들리며 쏴아 부서지는 소리가 꼭 파도가 쳐서 부서지는 바닷소리 같다. 둘 다 소리가 비슷해서 부서진다고 하는 걸까.


바람 소리가 창문을 계속 넘나더니 내 마음도 같이 넘실넘실 출렁인다. 마치 마음에 붙어있는 더러운 모든 것들이 쓸려가듯이 마음이 시원하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우리 인간은 바람에 마음을 씻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던 것일까. 어릴 때는 생각도 없이 한가득 채우던 이 값없는 치유의 소리가 새삼 고맙다.


머무르지 않고 흘러야 하고, 부딪히며 서로 서걱거리는 소리를 내야 살아 있는 것이겠지.

사랑 또한 흘러가 닿으면 소용돌이치듯 화답하여 돌아오고 다시 흐르는 멈추지 않는 춤을 추는 것일 터.

내 삶 또한 사랑의 춤을 추며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기를.

때로 스텝도 꼬이고 주저앉는 순간도 있겠지만 끝까지 춤추기를 멈추지 않기를.


바람 불어 좋은 날

바람으로 채우니 마음은 깨끗이 비워지는

뜻밖의 선물처럼 일상이 환해진 어느 가을 오후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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