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어둠의 흙을 뚫고
오랜 시간 동안 오르고 올라
코끼리 다리 같은 거친 단단함으로
너는 굳건히 섰다.
그 세월을 견딘 강한 밑동과
하늘을 향해 펼친 잿빛 가지로
네가 마침내 우리에게 내놓은 건
말도 안 되는 천진함
부서지는 웃음으로 가볍디 가벼운 바람에도 팔랑이며
수천수만의 초록손으로 까르르 손뼉 치는 너를 만나다니.
때론
보는 이의 가슴마다 탄성으로 물들이는
꽃분홍 사치를 허락하기도 하고.
흐드러지게 아름답기만 한 줄 알았더니
넉넉하기도 하여
긴 시간 고통과 인내로 뻗어 올린 기둥을
기꺼이 다른 이에게 내주며 함께 오르는 연대.
시작은 낮고 어둡고 작았지만
온 땅을 사정없이 내리쬐는 태양마저 가리며
무한의 하늘을 네 배경으로 만들어버리는 반역의 예술.
그 모든 서사를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한 마디의 불평도 없이 무심히 해내는
너는 존재로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