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메시지나 카톡을 무음으로 해놨는데도 불구하고 폰이 지잉 하고 종종 울리길래 봤더니 브런치에 쓴 내 글 (제목: '당신은 나 너무 사랑하지 말아')이 메인에 뜨기라도 했는지 조회수가 폭발 중이었다.
'우왕~오랜만에 조회수 많다~'
조회수에 비해 라이크는 별로 늘어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회수가 적은 것보다는 많은 게 기분이 좋은 법이다.
'지잉'
다시 한번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덮어놓고 할 일을 마저 하려 했지만 한번 깨져버린 집중력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기에 핸드폰을 제대로 들고 핸드폰을 하기 시작했다.
'오예~이번엔 댓글~'
종종 조회수가 많이 올라가기도 하고 라이크가 올라가기도 하지만 댓글은 오랜만에 달린 터라 더 신바람이 났다.
'답글 달아야지!'
브런치의 경우 따로 가입까지 해가며 라이크를 누르고 댓글을 달아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기꺼이 댓글을 달아줬다면? 당연히 그분은 답글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분이 댓글에 뭐라고 썼는지 기대하며 클릭했다.
그런데, 댓글에는 이렇게 한 줄이 적혀있었다.
'ㅉㅉ이런 글 쓰면 안 창피하냐?'
...... 두근거리며 클릭한 댓글에는 신랄한 악플이 달려있었다.
'.. 욕을 안 했으니 악플이 아닌가? 그래도 저런 말은 기분이 나쁜데? 아니 왜 굳이 이런 댓글을?'
내 글이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리라고는 애초에 생각해본 적 없다. 모든 사람이 내 글을 꼭 좋아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 정도는 나도 인지하고 있는바였다.
하지만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저런 댓글을 받을 만큼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글을 쓰던 나는 나의 진심이 최대한 드러 날 수 있도록 몇 번씩 검토하고 난 후에야 올리는데 저런 악플이라니. 심지어 어떤 부분에서 저런 생각이 들었는지 설명도 안 해준 채 저렇게 두서없는 모진 말은 내 기분을 훅 망가트리는데 충분했다.
'Prt Sc'
자판 위에 있는 스크린 캡처 버튼을 누른 뒤 그림판으로 캡처 화면을 저장했다.
그러곤 초록창에 '악플 고소 범위'라고 적었다.
그렇게 검색을 하니 블로그마다 자세하게 악플 고소 범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다시 창을 닫고 내 글에 들어가서 그분의 악플을 삭제한 뒤, 내 글의 댓글창을 닫아버렸다.
겨우 몇 단어, 겨우 한 줄인데, 아까까지만 해도 좋았던 내 기분이 거지 같아졌다. 그리고선 침대에 털썩 누워 생각했다.
'아니, 니가 뭔데? 니가 뭔데?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 말이나 해대고 난리야?'
그냥 고소해버릴까라는 생각이 다시 들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내 삶에 중요한 일, 행복한 일도 훨씬 많은 데 굳이 이 한 문장으로 내 감정을 망가트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릿속에 여러 질문이 가득 떠올랐다.
'왜 저렇게 살까? 저렇게 살면 기분이 좋아지나? 와.. 연예인들은 저것보다 심한 댓글을 막 하루에도 몇천 개 몇만 개씩 받는 거 아냐...? 와 진짜.. 어떻게 참지... 와...'
꼭 대놓고 욕을 해야지만 악플이 아니다. 아무 이유나 설명도 없이 무자비하게든 간단하게든 신랄한 말을 다는 것도 악플이고, 상대방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 수 있다.
이건 비단 인터넷상에서만 해당되는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무심코 툭 뱉었던 그 말이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상처가 되기도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처음엔 그저 내 글에 달린 악플을 보며 기분이 나빴지만, 이를 통해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