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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 Oct 26. 2024

아타카마 사막의 별빛 아래

민수가 칠레 산티아고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그는 자신이 지구의 끝에 도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데스산맥의 웅장한 실루엣이 지평선을 감싸고 있었고, 공기는 깨끗하고 건조했다. 이곳은 그가 지금까지 방문한 그 어느 곳보다도 우주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느껴졌다.

      

"이곳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것 같구나."

      

민수는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옆에 서 있던 가이드가 미소 지었다.

      

"맞아요. 아타카마 사막은 지구상에서 화성과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진 곳이에요. 그래서 우주 탐사 훈련도 이곳에서 한답니다."

      

가이드의 이름은 이사벨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민수가 반갑게 인사했다.

     

"환영합니다, 민수 씨. 이곳에서 당신은 우주의 신비를 경험하게 될 거예요. 지구와 우주가 만나는 경계에서 말이죠."

      

그들은 먼저 아타카마 사막으로 향했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황야를 보며 민수는 숨을 멈췄다.

     

"정말로 놀라운 장소네요,"

      

민수가 말했다.

      

"이렇게 광활한 곳이 있다니 믿기지 않아요."

      

이사벨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이 사막은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곳이에요. 하지만 이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생명은 존재하죠. 그것이 바로 우주의 신비예요. 가장 불가능해 보이는 곳에서도 생명은 피어나는 법이니까요."

      

민수는 그 말에 깊은 흥미를 느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나요?"

      

"오, 놀라운 것들이 많아요,"

      

이사벨이 대답했다.

      

"사막여우, 안데스 홍학, 그리고 수많은 미생물이 이 극한의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죠. 그들의 생존 능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줘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 환경에 적응하는 유연성, 그리고 최소한의 자원으로 살아가는 지혜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들은 사막을 가로질러 달리며 다양한 지형을 만났다. 소금 평원, 분화구, 간헐천 등, 마치 다른 행성을 여행하는 것 같았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이사벨은 민수를 특별한 장소로 안내했다. 그곳은 아타카마 대형 서브밀리미터 파 망원경(ALMA)이 있는 곳이었다.

     

"여기가 바로 우리가 우주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곳이에요,"

      

이사벨이 설명했다.

      

"이 망원경들은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우주의 신비로운 모습을 관찰할 수 있게 해줘요."

      

민수는 경외심을 느끼며 거대한 안테나들을 바라보았다.

      

"이것들로 무엇을 볼 수 있나요?"

      

"별의 탄생과 죽음, 은하의 형성, 심지어 우주의 기원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어요,"

      

이사벨이 대답했다.

      

"우리는 여기서 수백만 광년 떨어진 곳의 모습을 볼 수 있죠. 그것은 곧 과거를 보는 것과 같아요.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과거의 모습을 보는 거니까요."

      

민수는 감동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밤이 깊어갈수록 하늘은 더욱 맑아졌다. 이사벨은 민수를 작은 언덕 위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밤하늘을 관측할 준비를 했다.

     

"여기서는 맨눈으로도 은하수를 볼 수 있어요,"

      

이사벨이 말했다.

      

"도시의 불빛 공해가 없어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밤하늘을 볼 수 있죠."

      

민수가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그는 숨을 멈췄다. 무수한 별들이 마치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은하수의 장대한 띠가 하늘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었다.

     

"놀라워요,"

      

민수가 속삭였다.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없어요."

     

이사벨이 미소 지었다.

      

"우리가 보는 이 별 중 일부는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어요. 우리가 보는 우주는 과거의 모습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현재이기도 하죠.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이 순간 경험하고 있으니까요."

      

민수는 그 말에 깊은 통찰을 얻었다. 그의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경험한 모든 순간은 이미 지나간 과거였지만, 동시에 그의 현재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들은 밤새 별을 관측했다. 이사벨은 민수에게 다양한 별자리와 행성들을 알려 주었다. 오리온자리, 큰개자리, 그리고 남십자성까지.      

"보세요,"

      

이사벨이 말했다.

      

"저기 붉은색 별이 보이나요? 그건 화성이에요.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이죠."

      

민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화성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언젠가 그곳에 갈 수 있을까요?"

      

이사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에요. 인류의 호기심과 탐험 정신은 끝이 없어요. 우리는 항상 더 멀리, 더 깊이 나아가려 하죠. 그것이 바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거예요."

      

그날 밤, 민수는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야영했다. 작은 텐트 안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의 여정을 돌아보았다. 교토에서 시작된 그의 여행은 이제 우주의 끝자락에 다다른 것 같았다.

     

"우리는 모두 별의 아이들이에요."

      

이사벨의 말이 민수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다음 날, 그들은 달의 계곡으로 향했다. 이곳의 지형은 마치 달 표면을 연상시켰다.

     

"이곳에서 우주 비행사들이 훈련하기도 해요,"

      

이사벨이 설명했다.

      

"달과 환경이 너무나 비슷하거든요."

      

민수는 발밑의 모래를 만져보았다. 그 차가운 감촉이 마치 다른 세계의 것처럼 느껴졌다.

     

"제가 이곳까지 왔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민수가 말했다.

     

이사벨이 미소 지었다.

      

"하지만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아직 첫걸음도 떼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아는 우주는 너무나 거대하고, 아직 모르는 것들이 더 많거든요."

      

그들은 계속해서 사막을 탐험했다. 타라 소금 평원, 화성 계곡, 무지개 계곡 등 각각의 장소가 마치 다른 행성의 한 조각 같았다.     

저녁이 되자 그들은 다시 ALMA 관측소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실제로 망원경을 조작해볼 기회를 얻었다.

     

"이 망원경으로 우리는 우주의 탄생 직후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이사벨이 설명했다.

      

"빅뱅 이후 불과 몇억 년 된 은하들의 모습을 관측할 수 있죠."

      

민수는 경외심을 느끼며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그가 본 것은 흐릿한 빛의 점들이었지만, 그 의미는 엄청났다. 그것은 우주의 유아기 모습이었다.

     

"우리는 지금 시간 여행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네요."

      

민수가 말했다.

     

이사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우리는 빛을 통해 과거로 여행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죠. 우리가 오늘 밤 관측한 데이터는 미래의 발견을 위한 초석이 될 테니까요."

      

그날 밤, 그들은 사막의 한가운데서 별빛 아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우주의 시작과 끝, 생명의 기원, 그리고 인간의 위치에 대해.

     

"가끔은 이 모든 게 너무 거대해서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어요."

      

민수가 말했다.

     

이사벨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건 당연해요. 하지만 기억하세요. 우리 각자는 이 거대한 우주의 필수적인 부분이에요. 우리 없이는 우주를 이해할 존재가 없을 테니까요. 우리는 우주가 자신을 인식하는 방법이에요."

      

민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날, 그들은 안데스산맥으로 향했다. 해발 5,000미터가 넘는 고지대에서 그들은 지구와 우주의 경계를 느낄 수 있었다.

     

"여기 서 있으면 정말 하늘과 가까워요."

      

민수가 말했다.

     

이사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곳에서는 지구의 대기가 아주 얇아요. 그래서 우리는 더 선명하게 우주를 볼 수 있죠.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지구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도 깨닫게 돼요. 이 얇은 대기층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민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가 얇아 호흡이 조금 힘들었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더욱 강렬하게 느꼈다.

     

"우리는 별들을 향해 손을 뻗지만, 동시에 이 땅에 뿌리를 두고 있네요."

      

민수가 말했다.

     

이사벨이 미소 지었다.

      

"그래요. 그것이 바로 인간의 아름다움이에요. 우리는 꿈꾸고 도전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근원을 잊지 말아야 해요."

      

그들은 산 정상에서 일출을 기다렸다. 어둠이 서서히 물러가고 지평선에 첫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민수는 자신이 우주의 거대한 순환의 한 부분임을 느꼈다.

     

"이사벨,"

      

민수가 말했다.

      

"이 여행을 통해 저는 많은 것을 배웠어요. 하지만 가장 큰 깨달음은 우리가 이렇게 작으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큰 존재인지를 알게 된 거예요."

      

이사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우리는 우주의 티끌이지만, 동시에 우주 전체를 품고 있어요. 우리의 의식, 우리의 상상력이 바로 그 증거죠."

      

태양이 완전히 떠오르자, 안데스산맥의 웅장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눈 덮인 봉우리들, 깊은 계곡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아타카마 사막.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것 같았다.

     

"우리는 모두 우주의 아이들이에요."

      

이사벨의 말이 다시 한번 민수의 마음에 울려 퍼졌다.      

칠레를 떠나는 날, 민수는 공항에서 이사벨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고마워요,"

      

민수가 말했다.

      

"당신 덕분에 저는 새로운 눈으로 우주를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사벨이 미소 지었다.

      

"당신이 배운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계속해서 호기심을 가지세요. 그것이 바로 우리를 별들로 이끄는 힘이니까요."

      

비행기에 오르며 민수는 창밖으로 안데스산맥을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웅장한 산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었고, 그 너머로 무한한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민수는 이사벨이 준 작은 선물을 손에 들었다. 그것은 작은 운석 조각이었다.

      

"이것을 볼 때마다 당신이 곧 우주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이사벨이 말이 떠올랐다. 민수는 그 운석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비행기가 이륙하며 칠레의 땅은 점점 작아졌지만, 민수의 마음속에서 우주는 더욱 크게 펼쳐지고 있었다.      

민수는 눈을 감았다. 귓가에 별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미소 지었다.

      

'그래, 나도 이제 우주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어.'

      

비행기는 계속해서 날아갔고, 민수의 여정은 계속되었다. 그의 가슴 속 별은 더욱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이제 아타카마 사막을 비추고, ALMA 망원경의 렌즈를 통과하고, 그리고 민수 자신의 의식을 밝히고 있었다.     

민수는 창밖으로 펼쳐진 구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여행이 끝나면 나는 어떤 길을 걷고 있을까?'

      

그 대답은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었다. 이 여행이 그의 인생을 영원히 변화시켰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는 단순히 그의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우주의 거대한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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