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파 Oct 26. 2024

아마존의 숨결 속 생명의 노래

민수는 마나우스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습한 공기가 그를 감쌌다. 이곳은 그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곳과도 달랐다. 그야말로 생명력 넘치는 녹색의 세계였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곳이군요."

      

민수는 중얼거렸다.

     

그의 말에 옆에 서 있던 현지 가이드가 미소 지었다.

      

"맞아요. 이곳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죠. 아마존은 우리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니까요."

      

가이드의 이름은 라우라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아마존의 강물처럼 깊고 신비로웠다.

     

"환영합니다, 민수 씨. 이곳에서 당신은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거예요. 아마존은 단순한 숲이 아니라 살아있는 존재니까요."

      

그들은 작은 보트를 타고 아마존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양옆으로 울창한 열대우림이 펼쳐져 있었고, 다양한 동물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들리시나요?"

      

라우라가 물었다.

      

"이것이 바로 아마존의 심장 소리예요."

      

민수는 귀를 기울였다. 새들의 지저귐, 원숭이들의 울음소리, 곤충들의 날갯짓,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싼 강물의 흐르는 소리. 그것은 마치 거대한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생명의 교향곡 같았다.

     

"너무도 놀랍네요,"

      

민수가 말했다.

      

"이 모든 소리가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라우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아마존의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하나가 없으면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죠."

      

그들은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민수는 환경운동가인 페드로를 만났다. 페드로는 오랫동안 아마존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사람이었다. 

     

"아마존이 왜 중요한지 아시나요?"

      

페드로가 물었다.

     

민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산소를 만들어내기 때문인가요?"

      

페드로는 미소 지었다.

      

"그것도 맞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아마존은 지구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심이에요. 이곳의 나무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비를 만들고, 기후를 조절하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곳이 수많은 생명체의 보금자리라는 거예요."

      

그날 밤, 그들은 숲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달빛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보세요,"

      

라우라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민수가 바라본 곳에는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그 개구리의 피부는 마치 유리처럼 투명했다.     

"이 개구리는 세상에서 가장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아마존 생태계의 중요한 일부예요,"

      

페드로가 설명했다.

      

"이 작은 생명체가 사라지면, 그것을 먹이로 하는 다른 동물도 사라지고, 그 동물을 먹이로 하는 또 다른 동물도 사라지죠. 이렇게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생명의 그물을 만드는 거예요."

      

민수는 그 작은 개구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의 여행을 통해 만난 모든 사람, 모든 경험이 이 작은 개구리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이자 보호자예요. 그 책임을 잊지 마세요."

      

페드로의 말이 민수의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그는 문득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았다. 한국에서의 그의 삶, 그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들, 그가 사용한 플라스틱들······. 모든 것이 이 아마존과 연결되어 있었다.

     

다음 날, 그들은 아마존강 위를 카누로 여행했다. 강물은 마치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보세요,"

      

라우라가 말했다.

      

"강물 위의 하늘과 아래의 하늘이 똑같아요. 이것이 바로 아마존의 마법이에요. 위와 아래가 하나가 되는 곳."


민수는 그 광경에 매료되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강물을 만졌다. 그 순간, 잔잔하던 수면이 일렁이며 하늘의 모습이 흐트러졌다.

     

"보셨나요?"

      

페드로가 말했다.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가 이렇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우리가 지구에 하는 모든 행동도 이와 같아요."

      

그 말에 민수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의 여행, 그의 삶의 모든 순간이 이 세상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들은 강을 따라 계속 여행했다. 때로는 울창한 숲을 지나고, 때로는 넓은 습지를 지났다. 그 모든 곳에서 민수는 새로운 생명체들을 만났다. 화려한 깃털을 가진 앵무새, 느릿느릿 나무를 오르는 나무늘보, 강물 속을 유영하는 핑크 돌고래······.

     

"이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어요,"

      

라우라가 설명했다.

      

"앵무새는 씨앗을 퍼뜨리고, 나무늘보는 나뭇잎을 먹어 나무의 성장을 돕고, 돌고래는 물고기의 개체 수를 조절하죠. 모든 것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민수는 그 말을 들으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무엇을 위해 이 여행을 하는 것일까? 그의 존재는 이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날 밤, 그들은 숲속 작은 오두막에서 묵었다. 밤하늘은 수많은 별로 가득했다.

     

"저 별들도 우리와 연결되어 있나요?"

      

민수가 물었다.

     

페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들은 별에서 만들어졌어요. 우리는 모두 우주의 아이들이에요."

      

그 말을 들으며 민수는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깨달았다.

      

다음 날, 그들은 아마존의 토착 부족을 방문했다. 부족의 족장은 오랜 세월 이 숲과 함께 살아온 지혜를 가진 노인이었다.

     

"젊은이,"

      

족장이 민수에게 말했다.

     

"당신은 먼 곳에서 왔군요. 무엇을 찾고 있나요?"

    

민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제 삶의 의미를 찾고 있어요."

      

족장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의미는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겁니다. 이 숲의 나무들처럼,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야 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다른 생명들과 연결되죠."

      

그 말을 들으며 민수는 자신의 여정을 돌아보았다.


마지막 날, 그들은 아마존의 한 지류를 따라 카약을 타고 여행했다.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아마존의 숨결이에요,"

      

라우라가 외쳤다.

      

"비는 숲에 생명을 불어넣고, 숲은 다시 비를 만들어내죠. 자연을 이렇게 끊임없이 순환하죠."

      

민수는 비를 맞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이 거대한 생명 순환의 일부라는 점을 온몸으로 느꼈다.

     

"우리는 모두 자연의 일부이자 보호자예요. 그 책임을 잊지 마세요."

      

페드로의 말이 다시 한번 민수의 마음에 울려 퍼졌다. 이제 그는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했다. 그의 여행, 그의 삶, 그의 모든 선택이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책임이자 특권이었다.

     

아마존을 떠나는 날, 민수는 공항에서 라우라와 페드로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민수가 말했다.

      

"당신들 덕분에 저는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어요."

      

라우라가 미소 지었다.

      

"당신이 배운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세요. 그것이 바로 당신의 역할일 거예요."


페드로는 민수의 손에 작은 씨앗 하나를 쥐여 주었다.

      

"이건 아마존의 나무 씨앗이에요. 어디에 심든, 이 씨앗은 아마존의 정신을 품고 자랄 거예요. 당신도 이 씨앗처럼 어디에 있든 아마존의 정신을 간직하길 바랍니다."

      

비행기에 오르며 민수는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녹색의 숲을 바라보았다. 그는 깨달았다. 이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그의 영혼이 세상과 하나가 되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비행기가 이륙하며 아마존은 점점 작아졌지만, 민수의 마음속에서 아마존의 숨결은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그는 페드로가 준 씨앗을 꼭 쥐었다. 그는 이 씨앗을 어디에 심을지, 어떻게 키워나갈지 생각하며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날아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