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년 전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비롯, 고대 문명은 대부분 60진법이 발달한 문명이었다. 아시아 문명도 마찬가지다. 이들 문명은 60진법을 이용하여 매우 거대하고 정교한 건축물을 만드는 등 지금 봐도 놀라운 고도의 문명사회를 건설하였다. 60진법은 각도, 시간 등의 계산에 많이 사용되었고 이는 오늘날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
고대 이집트 문명, 중국, 인도 등에서 많이 사용된 12진법도 있다. 계절과 시간의 계산, 무게측정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12진법 역시 여전히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남아있는 진법이다.
뭐니 뭐니 해도 10진법이야말로 오늘날 우리의 문명을 대표하는 진법이다. 0에서부터 9까지 10개의 수로 표시하는 10진법이 널리 사용되면서 근대문명이 활짝 꽃을 피웠다. 10진법이 널리 사용된 이유는 인도에서 발견된 '0'이라는 개념을 아라비아 숫자로 표시하면서 아무리 큰 수라도 매우 편리하고 간단하게 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컴퓨터로 대변되는 21세기 정보통신혁명이 시작되면서 2진법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0과 1만으로 모든 수를 표시하는 2진법이 컴퓨터에 사용되면서 세상은 2진법 문명으로 변하고 있다. 오프라인 세상과 별개로 온라인 세상이 탄생했고, 사람들의 삶은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코로나-19는 2진법 문명이 활짝 꽃피는 중대한 계기가 된 듯하다. 사람들은 봉쇄된 도시에서 온라인에 접속하여 생필품을 구매하고,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을 들으며, 온라인으로 영화와 음약을 듣는다. 이 모든 것이 2진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으로 우리 문명의 대세는 2진법을 바탕으로 한 정보통신혁명의 발달에 따를 것이 틀림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0진법이 갑자기 퇴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60진법과 12진법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생활에 오래도록 남아 역사 속에 함께 할 것이다.
2진법 문명이 꽃피우면, 사회 전반의 문화와 종교, 철학 등도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60진법과 12진법은 주로 순 환론적 우주관을 제시하였고, 그에 따라 종교도 불교와 같은 순환론적 종교관을 가지고 있었다. 10진법은 무한히 커지는 숫자처럼 발전적 역사관을 제공하여 직선적 역사관을 가진 종교를 탄생시켰다. 2진법이 보편화된 문명에서는 또 어떤 역사관이나 우주관을 가진 종교가 출현할까. 실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