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비가 오니 솔직해 진다.
비가 내리면 그날에 걸맞은 감성을 담아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곧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일까 어제는 정말 매몰차게 내려 많은 이들이 오랜만에 시원함을 느꼈으리라. 퇴근 길에 우산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비를 흠뻑 맞아 우산이 비를 막아주기는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비에 젖은 몸을 비눗물로 게워내니 개운했다. 심지어는 포근함까지 느껴졌다.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 어떠한 글을 쓸까 고민하다 감성을 담아내는 글을 써보자라고 정하였다. 내가 느낀 감정을 잘 다듬어 글에 담아내면 분명 좋은 글이 써 질거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글은 그럴 싸하게 보이게만 썼을 뿐 내용과 질은 기대에 늘 못 미쳤다.
얼마 전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다 내가 글을 쓰는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 알았을 때, 어제의 비처럼 억수 같은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을 만나면 취미를 묻기에 “글을 쓴다”라고 말을 하니 사람들이 보통의 시선이 아닌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봐 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 글은 더 이상 감성적인 글이 아닌 관심 받고 싶어 하는 관종의 글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슬펐고, 속상했고 그리고 비참했다. 결국 이 때문이었나. 내가 글을 쓰는 진짜 목적이, 이유가 좋은 글을 쓰기보단 그저 남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 나 스스로에게 실망을 하였고, 다음 이어진 것은 이런 내가 이대로 계속 글을 써도 되는가였다.
그런 연유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오랜 시간이 걸려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 보기로 했다. 때마침 비가 오니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감성을 불러 들이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감성이 먼저 내게 다가와 있었다. 다시 만나니 반가웠고, 다시 한 번 더 감성과 함께 춤을 추길 바랬다.
어렸을 땐 비가 오면 밖으로 나가 몇 개의 우산으로 우산집을 만들어 그 안에서 과자도 먹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어른이 된 후론 집에서 머무는 걸 선호하지만, 한 번쯤은 비 오는 거리에서 우산 없이 걸어보고 싶다. 비를 홀딱 맞은 산책을 마치고 샤워를 한 후 코코아 한 잔 마시면 그만큼 포근하고 아늑한 것이 없으리라. 내게는 이런 낭만이 아직 남아 있다. 그 낭만 이꼬르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낭만과 감성이 있는 글을 써 볼 시기이다. 실패를 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