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도쿄
나는 2008년 일본에서 유학을 했다. 4년 후인 호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2012년에 한 번 다녀오고 이번이 12년 만의 도쿄다. 예전 내가 유학할 당시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러 간다. 안부도 물을 겸 예전에 일했던 곳, 공부했던 곳을 찾아가 옛 추억을 다시 한번 느껴 보려 한다. 12년 만의 도쿄는 어떤 느낌일까 아주 궁금하다.
도쿄 첫날
새벽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을 날아 내렸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도쿄의 공기가 낯설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일본 노래인 <stop the season in the sun>을 여행하는 내내 들었다. 9월의 도쿄였지만 한여름보다 더웠다. 공항에 내려 공기를 맡는 순간 그리움이 한층 더 짙어졌다. 짐을 찾자마자 아사쿠사로 가는 전철을 탔다. 생각보다 많은 여행객들이 있었지만 다행히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전철 안에서 내 옆에 한자리가 있었는데 어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일행 중 어머니가 앉았다. 자리를 양보하는 남성의 모습을 보곤 나는 어머니냐고 물어보았다. 하지만 굉장한 실수였다. 여동생이라고 한다. 오래된 지병 생활로 몸이 쇠약해 조금 나이가 많아 보였던 것이다. 나는 어머니인 줄로 착각했다. 정말이지 죄송하다고 열 번은 넘게 이야기한 것 같다.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자주 손짓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아 혹시 수어를 하시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나도 한국에서 수어를 배워서 주어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한국수어와 일본 수어는 비슷하다. 서로 이것저것 물어보다 내 나이를 물어보고 결혼했냐고 물어보길래 아직 안 했다. 그랬더니 독신 딸이 있는데 33 살이라 그랬다. 나에게 어떠냐고 물어본다. 라인으로 내 사진을 보냈다. 은근히 설레며 기다렸지만 여행하는 3박 4일 내내 답이 없었다. (은근히 기다림을 가지고 있었는데 연락이 없어 아쉬웠다. )
만나자마자 이별을 하고 나니 어느새 아사쿠사에 도착했다. 호텔로 가는 도중 음식집이 보여 가게로 들어가려는 사람에게 물어봤다. 이곳 음식 맛있나요?? 당연히 맛집이라고 먹어보라 했다. 그래서 원래 먹으려고 계획했던 장어덮밥을 뒤로하고 들어갔다. 직원에게 추천 메뉴를 물어보았고, 직원이 추천한 해물 덮밥(카이센 동)을 주문했다. 먼저 샐러드가 나오고 카이센동이 나왔다.
입에 넣는 첫 순간 너무 맛있어서 이제야 일본 왔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꽤 오랫동안 기다렸던 바로 그 맛이었다. 15년 전의 기억들이 조금씩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음식을 빨리는 습관이 있지만 음식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천천히 먹었다. 후식으로는 망고 젤리 같은 것이 나왔는데 이것 또한 너무 맛있었다. 마지막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모조리 다 먹었다.
첫 음식 - 카이센동(해물덮밥)
거리를 돌아다니다.
호텔에 도착 후 짐을 맡기고 다시 바로 나왔습니다. 어디로 가볼까 생각하다 그냥 멀리 가지 않고 근처를 둘러보기로 했다. 이리저리 구석구석을 사진을 찍어가며 돌아다녔다. 둘러보다 보니 일본에 오기 전 책으로 알아봤던 텐동 맛집이 보여 바로 들어갔다. 텐동으로 유명한 집이라 하여 큰 기대를 가지고 먹었지만 맛이 없어 여기서는 다루지 않겠다. 별로였다. 연이은 식사에 배가 불러 호텔에 돌아가 쉴까 하다 소화 좀 시킬 겸 아사쿠사에서 우에노까지 가보기로 했다. 우에노는 유학시절 주말이 되면 자주 가던 곳이 있었다. 공원도 있고, 볼게 많아서 좋았다. 기억이 나는 곳도 있고 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몇몇 기억이 남는 곳은 가게가 바뀌거나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10년이 지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일본에 도착해 거의 쉬지 않고 6시간 정도를 돌아다니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나니 잠이 쏟아져 눈을 붙였다. 어젯밤도 잠을 잘 못 자 그런지 일어나 보니 이미 어두웠다. 그래도 자고 나니 다시금 배가 고파졌다. 호텔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어 예전처럼 도시락과 컵라면을 샀다. 이걸로 첫날 저녁을 가볍게 해결했다. 돈이 없던 유학시절 나에게 스스로 잘했다고 일주일에 한 번씩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나에게 상을 주었는데 오늘은 먹는 내내 옛 생각에 그때가 그리워졌다. 아마 내가 생각해도 내 인생 안에서 정말 열심히 살았던 때였다.
첫날을 마감하며
될 수 있는 한 여러 곳에 돌아다니려고 노력했다. 어느새 많이 변한 이곳이 조금 낯설었다. 내일은 이케다 상과 유리카를 만나는 날이다. 12년 만에 다시 만나면 무슨 이야기부터 해야 할까, 이야깃거리는 많은데 12년 치를 다 말하기도 힘들 것 같고 암튼 내일 설렌다. 내일을 위해 편안한 잠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