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대한 짧은 생각
가을 속 정지된 시간을 달렸다. 차가운 공기에 땀은 덜 났지만 운동후 찬물로 샤워를 하니 그 상쾌함이란 말로 이룰수 없다. 오늘은 여기저기 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예전 이맘때 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때도 지금처럼 달리기를 했다. 축구만 했던 사람이라 천천히 달리는 사람들을 제끼고 간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달리는 사람들을 추월하며 달렸다. 계속해서 추월하다보니 숨이 턱까지 차올라 한계에 다다르면 내 달리기는 멈췄다. 그렇게 숨이 차야 오늘 운동 좀 제대로 했군 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탈이 났다.
그때는 몰랐다. 사람들이 왜 다들 천천히 달리는지.
가을은 확실히 달리기 좋은 날이다. 예전에는 달리다 힘들면 쉬었지만, 이제는 달리는 중간 중간 가을을 만나면 쉬어간다.
내게 달리기 계획은 없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축구하기 힘들어져 축구를 대신할 목적으로 선택한 달리기였다. 이틀에 한번 달리자 라는 목표를 세우고 달린다. 거리와 속도는 중요치 않다.
처음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가쁜 호흡이며 다리쪽에서 느껴지는 통증이며 온통 자신에 대한 것들로 신경 쓰여 달리는 내내 자신에게 집중한다. 결국 나밖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달리기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달리기가 익숙해지면 내게 가까운 것에서 점점 먼 것들까지 보이기 시작한다. 주위의 다른 러너들과 인사도 하고, 지나가는 멋진 구름과 철새들이 노니는 하천의 풍경이 보인다. 결국 다른 것들과 함께 달린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을은 달리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