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주 Sep 06. 2023

일기

일찍 일어나기 실패

  원래대로라면 6시에 일어났어야 하지만 결국 8시에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일주일 째, 벌써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제가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가라앉고 싶지 않고, 마음이 여유로워졌으면 좋겠고, 무언가 했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으로 살고 있으니까요. 아무튼 오늘은 8시에 일어났지만, 오렌지 쥬스 한잔 마시고 산책하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다시 조금 더워졌지만, 요즘의 하늘은 밝을 때 또는 해가 질 때는 더욱이 높아지고 웅장해져 보기만 해도 살짝 마음이 넓어집니다. 모자를 쓰고 걷다가 답답해 모자를 벗어버리자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있는 맑은 하늘이 보였고 그러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절로 마음이 산뜻해지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요가 매트를 펴고 맨몸 운동을 20분 가량 했습니다. 그러고는 약간 따뜻한 물로 개운하게 씻었습니다. 오늘은 한낮 온도가 32도 까지 오르고 다시 더워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이미 짐을 챙겨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산책을 개운한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되고, 더위에 녹아있던 뇌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점차 점차 생각해내기 시작합니다. 등산을 가거나 복싱을 배우고 싶습니다. 집에서는 아령을 곁들인 맨몸 운동을 합니다. 가끔 밤에 4km 조금 안 되는 거리를 천천히 뜁니다. 하지만 심박수는 180을 거뜬히 넘습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우울감에 빠지지 않을 길이 없습니다. 저는 그냥 복잡한 생각 없이 단순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생각하고, 말하고, 손해 보고, 거뜬히 참아주고, 실수하고, 욕 얻어 먹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건 간에 결이 좋은 감수성을 가지고 싶습니다. 그러려고 돈을 번다던가 애쓰며 살아가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하고 싶은 건 그런 겁니다. 돈을 번다면, 건강하다면, 가족 그리고 그 외의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과 사이가 좋다면 그러고 싶은 이유라면, 그래서 하고 싶은 거라곤 자연스러운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겁니다. 세상이 편안하게 보였으면, 해서 날들의 아름다움을 자주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겁니다. 갑갑한 마음으로 살다 가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해서 더 창의적이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겁니다. 그걸로 뭐가 되지 않더라도 그런 생각이 떠올라 쓸모없이 재밌는 일에 몰두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겁니다. 돈이 많으면 수월할 것으로 예상이 되긴 합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제 사람들과의 관계보다 나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지금은 나랑 사이 좋게 지내는 데 걱정 없이 건강한 음식을 마음껏 먹고 쾌적하게 잠에 들고 운동을 잔뜩 할 여유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 데 돈이 들어가면 더 쾌적하고 다채로운 빛깔이 도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내가 돈 벌 머리가 없는 놈이라는 겁니다. 한량이 꿈이었던 건 우연은 아니었습니다. 사회성도 떨어지는 건 사실이고, 어떤 것이든 뾰족하고 현실적인 수를 생각하기보다 그 반대의 수를 선택합니다. 쓰잘데기 없는 잡생각을 하루 종일 머리에 얹고 있다가 자려고 누워서는 그 밑에 깔려 멍하니 천장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기로 한 겁니다. 해서 내일은 반드시 여섯시에 기상하겠습니다. 그래서 공복에 달려버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일 당장 뛸지는 모르겠고, 이렇게 날씨가 좋아지면 큰 공원으로 긴 산책을 가기도 해야겠습니다. 이런 날씨의 하늘은 잔뜩 봐두어야 합니다. 우리 나라는 여름 못지않게 겨울도 기니까, 또 가을은 정말이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날씨입니다. 존재감이 비로소 가벼워 견딜 만해지는 계절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