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사 Jul 25. 2022

의도치 않게 군인 분을 낚아버렸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출근을 위해 지하철을 갈아타러 가는 중이었다. 한 군인 분께서 내게 다가오시더니 해당 지하철이 쌍문 쪽으로 내려가는 방향인지를 물어보셨다. 이내 지하철이 왔고 지하철에 타서 군인 분께서는 내게 다시 이 지하철이 사당으로 가는 것이 맞냐고 질문하셨다. 


근데 순간적으로 이 지하철이 사당을 가는지 헷갈리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확실하게 내가 가는 방향인 수유 쪽으로 간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갑자기 '아! 그럼 지하철을 잘 못 탄 것 같습니다.' 하며 급하게 지하철에서 내리셨다. 말릴 새도 없이 그분은 밖으로 빠져나갔고 무정한 지하철은 문을 닫아 버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지하철은 사당으로 가는 지하철이 맞았고 수유는 지금 우리가 있는 역에서 사당까지 가는 길에 있는 하나의 역일 뿐이었다.


내 잘못은 없다. 내가 말한 것 중에는 단 하나도 틀린 부분이 없었으니까. 근데 왠지 내가 말리기도 전에 후다닥 내리셨던 군인분의 뒷모습이 잊히지가 않았다. 약 한 정거장 정도 갈 동안 내가 잘 못 말해준 건가 한참을 고민했다. 긴 고민 끝에 이 지하철을 놓쳤던 것은 그 군인분의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텁텁한 군대 공기가 아니라 매퀘한 사회 공기를 4분이라도 더 맡으라는 신의 계시였던 것이다. 


아마 다른 남성이었으면 신경이 덜 쓰였을 텐데 하필 군인이라서 신경이 더 쓰였다. 내가 군대에서 고생한 만큼 현재 고생하고 있을 군인이기에 그 부분이 좀 생각났던 것 같다.


그 군인 분이 이 글을 보실 가능성은 한 없이 0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말을 해보고자 한다. 잠깐 헷갈렸을 뿐 놀리려고 애매하게 말해준 것은 아닙니다. 부디 복귀 시간이 지각하지 않고 사회 공기만 4분 더 맡은 걸로 끝났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이전글 자기 계발, 929일 넘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