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들이여 왕관의 무게를 버텨라
평화로웠던 화요일. 회사에 오고 처음으로 오후 3시에 깜짝 회식이 열렸다. 2시부터 '예약', '자리' 등의 단어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3시에 직원 전체 맥주집으로 회식을 가겠다는 것이 아닌가? 급작스런 회식에 우리는 밥 먹은 지 2시간 만에, '자유'라는 상쾌한 야외 공기를 마시며 맥주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회식 테이블에서는 나를 포함한 동기 3명과 우리보다 1개월 늦게 들어온 사람이 같이 앉아서 얘기를 나눴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답게 서로를 향한 각종 비난과 모함, 거짓 등을 얘기하며 즐겁게 얘기하다 보니 어느 새인가 시간은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속으로 '아! 이제 곧 행복한 퇴근 시간인가!' 하며 기쁨을 누리려고 하는 그때 2차 얘기가 나왔다.
질척이지 않는 깔끔한 비즈니스 관계를 선호하는 우리답게 6시에 칼퇴하려고 했으나 부장님의 '부장이 남는데 신입들이 다 간다고?' 하는 말씀이 들려왔다. 순간 앞에 앉은 동기들의 눈빛에 지진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너무 급작스레 잡힌 회식이라 두 분 모두 미리 잡은 선약이 있던 것이다. 아무리 봐도 동기 2명을 선약에 보내려면 누군가는 대신 남아야 될 것 같았다. 어쩌겠는가. 한가한 아저씨가 남아서 2차 가야지. 2차 가는 사람과 집 가는 사람이 헤어지는 그 시점에서 동기가 '먼저 가서 미안해요~ㅠㅠ'라며 울상을 지어 주었다. 다만, 눈은 미안함과 슬픔을 가득 담고 있었지만 입이 씰룩씰룩 올라가는 것은 막지 못하고 있었다. 표정을 100% 다 숨겨야 진정한 사회인이거늘... 아직 50%밖에 세상의 때를 타지 않은 동기의 모습에 웃음을 지으며 2차로 즐겁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1차의 안주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지만 2차 또한 감탄이 나올 정도로 맛있었다. MSG와 알코올의 힘으로 분위기가 UP! 될 무렵, 나는 진심 99%를 장난 1%로 포장해서 팀장님께 내일 업무의 강도를 살짝 줄여주실 수 있냐고 물었고 팀장님은 흔쾌하게 오늘 2차 온 사람에 한해 내일 하루 정도는 좀 줄여주겠다고 답해 주셨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수요일. 실제 2차를 온 사람들의 업무는 약간 줄어있었다. 순간 2차를 못 온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 차오를 뻔했지만 왜인지 미안함 대신 웃음이 차올랐다. 업무의 난이도가 크게 차이가 있었다면 미안했겠지만 최소한 나와 동기들 사이의 업무 난이도 차이는 생각보다 적었기에 맘 놓고 놀릴 수 있었다.(선배분들은 차이가 좀 나더라... 죄송합니다.) 그렇게 나는 동기들이 열심히 일 할 때 혼자 카페모카맛 과자를 즐기며 인생의 여유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회식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사이가 더 돈독해질 수 있을까?'라며 고민하는 팀장님들의 모습이었다. 다만, 내가 보기에 이미 회사원들의 사이는 무척 돈독하다. 서로를 보며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리는 사람들 사이에 더 올릴 친화력이 어디 있단 말인가. 물론 아직 선배분들과 그렇게 하지는 못 하지만 그저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다. 팀장님들 리더십의 문제가 아닌데 가끔은 이상한 곳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회사가 끝나고 회사 사람들끼리 같이 놀러 다니는 관계는 정말 나오기도 힘들뿐더러 회사에서 도와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 긴 시간 탐색전 후에 얘기를 나눠보고, 서로에게 시간이 남을 때 몇 번 밖에서 같이 놀아보면서 생기는 관계다. 개개인 성격의 차이이지 절대 회사의 복지나 리더십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팀장이라는 직책이 주는 무거움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이 간다. 나 또한 항상 창업을 꿈꾸며 수많은 리더십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고 공부했으니까. 아마 현 팀장들도 팀장이라는 직책만 없었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자신이 바꿀 수 없는 내용들을 보며 참고 기다리는 것도 팀장들의 업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부디 팀장님들이 자신의 머리 위에 놓인 왕관에 무게를 잘 견딜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