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홀어머니를 모시던 가난한 노총각이었다. 복순 씨도 가난하고 병든 부모를 돌보느라 결혼이 한참 늦었다. 복순 씨의 부모가 며칠 사이로 세상을 떠나고 혼자 지내게 되었을 때 작은 아버지는 중매를 했다. -네 짝으로 그만하면 과분하다. 둘이 돈 버는 궁합이라 하더라- 벌써 작은 아버지는 궁합까지 맞춰본 상태였다. 복순 씨는 두말없이 작은 아버지의 말에 따랐다. 선한 인상에 말수도 적은 진지한 표정의 남자였다. 가난하면서도 아픈 어머니를 모시는 효자였다. 첫선을 보던 날 –저 남자를 돕고 싶다- 는 생각이 들었다. 복순 씨의 마당에 작은 아버지가 준비해 준 멍석을 깔고 물 한잔 받아놓고 맞절하는 것으로 혼인을 했다. 첫날밤에 남편은 말했다. -오늘 보다 더 가난한 날들은 없게 해 줄게-
먼저 결혼한 동생은 처갓집의 도움으로 식당을 하고 있는데 그럭저럭 살만했다. 둘만 마음 맞춰 어머니 봉양하며 살면 되었다. 아픈 부모대신 소작으로 얻은 밭을 처녀의 몸으로 일구어 생계를 꾸려 왔던 복순 씨는 결혼해서도 남의 땅이라도 얻어 농사를 지으면 두 사람은 먹고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남편은 복순 씨의 생각을 고맙게 여기며 결혼초부터 소작을 얻어 농사를 지었다. 농사는 심기만 하면 풍작이었다. 착하고 성실하게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남편을 보며 복순 씨는 가난해도 힘든 줄 몰랐다. 수확한 작물을 팔아 조금씩 남는 돈이 생기게 되었다. 그사이 아들, 주호가 태어났다. 남편은 장사를 해보겠다고 했다. 현금을 만지기에는 장사가 제일 나을 거라고 말했다. 성실한 남편이니 무슨 일을 한다 해도 걱정이 없었다.
근근이 모은 돈을 모두 내주었다. 남편은 리어카를 사서 땔감장사를 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농사일을 거들어 주면서 낮에는 장작을 패어 리어카에 한 가득씩 싣고 다니며 팔았다. 화력 좋은 나무로만 장작을 패니 모두들 남편의 나무를 줄 서서 기다렸다, 어느 날 남편은 -경운기라도 한대 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장작을 갖다 줄수도 있고 너무 많은 양에 힘이 부치기도 하다며 아쉬워할 때 마침 이웃집의 경운기를 판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런데 그 경운기는 고쳐도 고쳐도 고장이 난다는 소문이 이미 퍼져있었다. 선뜻 누가 사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도 리어카보다는 나을 것 같다며 남편은 경운기를 보러 갔다. 복순 씨는 남편의 의견에 반대하는 법이 없었다. 경운기 주인은 관심을 보이는 남편에게 리어카 값만큼만 주고 가져가라고 했다. 그 가격이면 자주 고친다 해도 리어카보다는 힘도 덜 들고 나무짐도 더 많이 실을 수 있을 것이니 사도 괜찮을 것 같다며 가격을 지불하고 경운기를 가져왔다.
경운기를 가져온 날부터 남편은 닦고 기름치며 경운기를 애지중지했다. 그런 남편의 정성을 경운기도 알아보았는지 신기하게도 복순 씨 집에 와서는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았다. 고장 날 때마다 들어가는 수리비를 예상했었는데 고장이 나지 않으니 예상했던 수리비가 모아졌다. 또 고치느라 일을 못하는 경우도 생기지 않았다. 남편의 장작 장사는 성황을 이루어 돈은 점점 불어났다. 남편은 복순 씨가 이름대로 복이 많아서 모든 일이 잘되는 거라며 장가를 잘 들었다고 싱글벙글했다. 동네에서도 -복순이가 복덩어리여!- 하며 칭찬을 해주었다.
건강하게 자라는 아들을 보며 싱글벙글하던 남편은 어느 날 중장비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꿈이기도 하지만 아들이 떳떳하게 아빠의 직업을 말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면허를 따고 포클레인 기사가 되었다. 취직을 했는데 일을 하는 곳마다 마무리가 깔끔하다고 소문이 나서 포클레인이 필요한 곳에서는 남편의 시간에 맞추어 며칠이라도 기다리다가 일을 할 정도였다. 남편은 포클레인을 사면 월급보다는 훨씬 더 벌 수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때까지 모은 돈은 포클레인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었다. 그런데 선뜻 시동생이 부족한 만큼 빌려주어 포클레인을 살 수 있었다. 그 후 남편은 그야말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열심히 일했다. 1년도 안되어 시동생의 빚을 갚았고, 또 얼마 후에는 통장에 현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사이 아들도 잔병치레 한 번 안 하고 자라서 중학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