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사람일까?

남의 불행에 내가 행복을 느끼는 심리

by 강현숙

대낮부터 남편과 한바탕 했다.

3일 전, 밤낚시를 하겠다며 1박 2일 일정으로 집을 나갔다 온 남편이 새벽일을 마치고 잠을 자고 있었다.

내 움직임에 혹시라도 깰까 봐 조심조심 다니다가 안방에 있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살그머니 들어갔다.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남편 허벅지에 멍 자국이 보였다. 일하다가 다쳤나 보다 하며 약을 발라주려는데 아무래도 멍의 위치가 일하다 다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잠깐 스친 의심의 진원은 1박을 하고 온 것에 머물렀고 슬그머니 화가 오르기 시작했다. 코를 고는 남편을 흔들어 깨우며 물었다.


“이 멍은 뭐야?”

“응? 어디~?”

“여기 안쪽 허벅지”

순간, 눈을 뜨고 멍을 바라보던 남편은 “몰라 어디에 찧었나 보지” 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남편의 반응에 의심은 사실처럼 느껴졌고 내 화의 게이지는 올라갔다. 툭하면 밤낚시 간다고 나다니는 남편에게 낚시하는 것을 트집 잡을 수 없으니 대충 얼버무리라고 넘어가려는 멍자국을 가지고 화풀이를 하려 했다.

“그러기에 툭하면 낚시 간다며 외박하고 다니더니 이런 거나 만들어 오고, 도대체 누굴 만나고 다니는 거야?"

하고 퉁명스럽게 물으니 잠이 달아났는지 벌떡 일어나며 소리친다.

"무슨 소리야~?~~ 일하다 다친 거겠지?”

떳떳한데 마누라의 의심이 억울한 건지, 무언가 죄지은 것이 있는데 들키고 싶지 않은 건지 모를 표정을 하며 담배를 피워 무는 남편에게 “떳떳하면 소리는 왜 질러?” 한마디 쏘아 주고 조금 더 같이 있으면 큰 싸움될까 봐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냥 나와 버렸다.


속상한 마음으로 나온 거라 특별히 갈 곳이 생각나지 않아 시장에 갔다. 그리고 한 야채가게에서 좀 알고 지내는 언니를 만났다.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스트레스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스트레스' 하면 빠질 수 없는 남편들의 흉을 보게 되었다. 나는 좀 전에 집에서의 다툼 이야기를 하며 내게 동정표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자기 남편의 이야기를 한다.

언니의 남편은 술과 도박, 노래방에서의 터무니없는 지출 등으로 언니를 속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나 그렇게 안 봤는데" 맞장구를 치며 내 하소연을 하려다가 언니의 하소연을 들어주게 되었다.


한참 듣다 보니 내 일은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탕진한 것도 아니고 도박을 한 것도 아닌데, 게다가 확인도 되지 않은 일이지 않나? 정말 일 하다가 안쪽 허벅지를 찧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상상하니 웃음이 나왔다. 뭉쳐있던 응어리가 잠깐의 수다로 다 풀어져 버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손에는 남편이 좋아하는 삼겹살 한근이 들려 있었다.




우리는 남의 불행이 나보다 더 큰 것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고, 타인의 행복이 더 큰 것을 볼 때는 나만 불행한듯한 감정에 빠지게 된다. 화의 게이지를 급격히 올렸던 남편의 외박에 대한 의심이 그보다 더 속상했을 언니의 남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사그라들었다. 남의 불행이 내 행복을 키우는 도구가 되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또한 사촌이 손해를 보면 겉으로야 가슴이 아픈 듯 위로를 하지만 속으로는 기분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을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라고 한단다.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기쁜 감정을 설명하는 단어라고 한다. 이 감정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작용 결과라고 하는데, 남의 불행을 보면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다량 분비되고, 이는 행복한 기분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언니의 속상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혹시라도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표정관리를 하며 함께 걱정해 주는 척했다. 속으로는 미안하게도 '난 언니보다는 행복하네'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감정이 인류 대대로 무의식적으로 전해져 온 생존 전략의 하나였다니, 그렇더라도 불행한 대상의 앞에서 대놓고 행복해 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 행복해하면 상대적으로 내가 불행을 느낄 것이므로, 내가 행복할 때 그 감정을 다 표현하지 않는 것도 내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작은 방법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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