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과 관련된 생각들
사람이 품위 있게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 중에 하나가 화장실이다. 우리는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언제인가 부터 화장실 문화가 위생과 편안함을 모토로 개인들의 취향에 맞추어 개성적이면서도 고급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잘 꾸며진 화장실을 제때 이용하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노상 방뇨하는 모습을 아직도 종종 본다. 특히 남자들은 노상방뇨 하기에 구조적으로 적합한듯하다.
속된 말로 남자들의 최초의 화장실이 전봇대였다는 아재 개그가 있을 정도로 남자들은 전봇대, 또는 그만한 나무나 기둥만 있어도 일을 해결한다. 노상방뇨를 하는 사람 중에 남자가 많은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얼마 전 일이다.
유성에서 장성까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는데 갓길에 비상등을 켠 차 한 대가 보였다. 고장이라도 난 걸까? 궁금한 생각에 바라보니 차 옆에서 길 바깥쪽을 바라보며 남자가 서 있었다. 소변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많이 급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고속도로에서 노상방뇨는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좀 전에 우리가 들렀던 휴게소가 10분도 안 되는 거리였다. 그곳에 들러서 왔더라면 저런 상황은 만들지 않았을 텐데, 어쩔 수 없이 지나쳐 왔다면, 조금만 더 가면 졸음쉼터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휴게소도 나올 것인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작년 조연급 여배우가 고속도로상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남편과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남편의 급한 상황에 차를 세워주었는데, 남편이 급히 일 보러 간 사이에 뒤따르던 차량 두대가 여배우가 탄 차량을 들이받았다고 한다. 부상을 입은 여배우는 병원으로 호송되었지만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황당한 사건이란 말인가? 인지 능력이 있는 사람이 참다가 실례를 한다면 그 또한 부끄러운 이야기이다. 그렇더라도 고속도로에서 차를 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만한 사람들이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생리적인 현상이 이성적으로 참아서 될 문제는 아니겠지만 최소한 위험은 피하면서 해결해야 되지 않을까?
10여 년 전 인천공항에서 청주까지 운행하는 공항버스를 탔던 적이 있다.
그때, 웃을 수도 없고 찌푸릴 수도 없던 상황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다.
공항을 출발하고 10여분쯤 지났을 즈음 한 아주머니가 조심스럽게 운전기사에게 다가가 속삭이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길은 차들로 꽉 차서 속도를 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기사분은 조금만 참아 보라며 적당한 곳이 나오면 차를 세워 주겠다고 한다. 아주머니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되었고, 얼굴에선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상황을 짐작한 나는 어디쯤 적당한 곳에서 차를 얼른 세워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창밖을 두리번거려 보았지만 앞뒤로 꽉 막힌 도로에서 세울 곳이 마땅치 않음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휴게소까지 가려면 그 속도로는 1시간도 더 걸릴 상황이었다. 기사분은 아주머니의 상태를 보시고 휴지통을 내어주며 맨 뒷자리로 가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앞 문쪽에서 차가 잠깐이라도 서면 얼른 뛰어나가 볼일을 보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던 아주머니는 기사분의 제안에 낙망한 표정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망설이던 그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지 휴지통을 받아 들고 뒷자리로 급히 가셨다. 다행히도 승객이 절반도 타지 않아서 뒤쪽으로는 텅텅 비어 있었다. 잠시 후 차 안에는 비릿한 냄새가 돌고 있었지만 동승했던 사람들 그 누구도 불만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 상황이 어쩌면 누구에게라도 생길 수 있는 일이고,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동감한다는 표현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나 역시 신호를 접하면 오래 견디지 못하는 체질이라 고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장거리 이동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때, 특히 버스를 탈 때 심하게 빈뇨감에 시달린다. 이뇨작용을 촉발시킬 수 있는 음료는 물론 직전의 식사까지 거르기도 한다. 그러고도 차가 휴게소에 서면 꼭 화장실을 들려야 한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생각도 해 보았지만 기차나 자가용으로 이동할 때는 그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서 치료를 시도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는 도로나 공공시설마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화장실을 무료로 개방한다. 화장실에 필요한 비품까지도 깔끔하게 구비되어있다. 유럽은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아시아권의 외국에 여행을 가보면 유료 화장실이 많다. 돈을 받는 곳이니 깨끗하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다. 냄새나고, 컴컴하고, 구질구질하고, 화장지도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심지어는 칸막이가 없어서 개인들의 프라이버시까지 노출될 환경도 있다. 외국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 인천공항에서 만나는 화장실은 그야말로 호텔급이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환경을 갖춘 우리 화장실을 곳곳에 두고 위험한 노상방뇨를 하는 일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