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손 내밀지 마라!
우리는 간간히 '호의'라며 상대에게 손을 내미는 경우가 있다. 지극히 선한 마음으로 행하는 작은 행동이지만 그 호의가 상대를 죽게 하는 불상사로 이어지는 행동 일수도 있다는 것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함부로 손을 내밀면 안 되는 이유들은 많은데, 내가 겪은 사유들 몇 가지만 보아도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할 듯하다.
몇 해 전, 한 산악회에서 충북의 어느 산을 등산하던 중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험한 바위산을 오르던 중에 앞서가던 남성이 뒤따라오는 여자에게 등산용 지팡이를 내밀었다. 그 지팡이를 잡은 여자는 안타깝게도 지팡이가 빠져 버리는 바람에 실족사를 하고 말았다. 무심코 좋은 마음으로 내밀었던 지팡이가 뒤돌릴 수 없는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험한 산길을 오르면서 힘들어 보이는 뒷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지극히 선한 행동이다.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감사하는 마음이 서로를 흐뭇하게 했을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등산을 하는데, 지팡이 사고소식을 들은 후부터는 절대로 지팡이를 잡고 오르도록 하는 행위들을 간과하지 못하고 있다. 바위나 언덕에서 뒷사람에게 지팡이를 내밀어 잡도록 하는 경우를 종종 볼 때마다 가슴이 섬뜩하여 생면 부지의 사람이어도 등산용 지팡이의 위험을 설명하고, 대신 손목을 내밀어 잡도록 하던지, 아니면 스스로 올라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게 안전하다고 오지랖 넓은 참견을 하여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그래도 내 말에 동의해 주는 분들이 많고, 지팡이의 위험을 알아 가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작년에는 지역의 평생교육원에서 한 과정을 공부하게 되었었다.
바쁜 시간을 내어 꼭 해보고 싶었던 공부를 하기 위해 등록을 하였던 건데, 그 시간이 소중한 나와는 달리 마치 사람들이나 사귀기 위한 마음으로 오신듯한 한 남자 수강생분이 만날 때마다 악수를 청하였다. 선뜻 남자가 청하는 악수를 받을 수가 없어서 망설이던 나는, 손 내밀고 있는 그분이 무안해할까 봐 악수를 받아주었다. 어딘가에서 인사를 트게 될 때 만날 때마다 악수를 하지는 않을 텐데, 이분은 이상하게 악수를 좋아했다. 그분의 사람을 대하는 성향 일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나처럼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항상 손을 내밀며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그분이 악수를 특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맞을 것이다. 악수가 좋아서 그런다는데 대놓고 뭐라 하기는 조심스럽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분은 악수 외에도 더욱 친한 표정을 하며 접근을 해 왔고, 날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서 내 카톡방으로 보내주기도 했다. 나를 항상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수시로 울려 대는 카톡 신호음 소리도 멀미가 나려 했다. 여러 번 불편하다는 표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되지 않는 것이 더욱 불쾌했다. 오히려 왜 남의 성의를 무시하냐고 역정을 내는 것처럼 보였다. 적반하장이었다. 웃으며 말하는 그분의 태도에 정색하고 말하는 내 모습이 남들이 보기에는 호감을 즐기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었고 싹수없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잘못하다간 원치 않는 구설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결국 인상을 붉히며 악수를 거절했고 날 찍었던 사진들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상하는 일이었다.
요즈음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킨 전염병,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비말(飛沫)로 전염을 시키는 심각한 유행병이다. 전염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기에 서로 간의 밀적 접촉을 피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한창이다. 악수는 물론이고 줄 서기에도 1미터씩 떨어져 선다.
정을 나누는 방법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한 냄비에 끓여서 담아내는 음식도 거리낌이 없이 맛있게 먹었었다. 술자리에선 자신이 마신 컵에 다시 술을 따라 상대에게 권하기도 했다. 술잔 돌리기는 각종 질병들을 전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요즘은 술잔 돌리기 정도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하였다.
이번 코로나 19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가 상대에 대한 호감의 표시로 행했던 행동들이 어떤 경우에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볼 수 있었다. 호의라면 당연히 상대가 받아 줘야 한다고 믿고 그냥 손을 내미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불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다 손 내미는 것도 상대의 마음을 살피고 해야 하는 각박한 세상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해지기도 하지만 어쩌랴 사회적 동물인 인간으로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분위기에 편승하여 살아갈 수밖에 없으리라. 불쑥불쑥 손을 내밀어 친밀감을 표현하는 대신에 부드러운 눈빛으로 진심을 전하는 것은 어떨까? 조용한 배려가 상대에 대한 호의임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분위기가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