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그지, 6

동서의 음모

by 강현숙


복순 씨의 마흔일곱 번째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동서는 -형님 생신이신데 요즘엔 손님도 별로 없으니 하루 쉬셔요, 주호하고 맛있는 거라도 드셔요-하며 밥값 하라고 봉투를 주었다. 주변엔 개발의 붐을 타고 멋지게 꾸민 식당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그중에 읍내에 가면 생일 이벤트도 해준다는 소문난 음식점이 있었다. 아들과 그곳에 가기로 했다. “엄마! 이럴 때 아빠가 계시면 좋을 텐데요.” 주호가 말했다. 복순 씨는 “괜찮아 주호만 있으면 돼, 아들이 챙겨주는 생일밥 한번 먹어보자” 복순 씨는 웃으며 말했지만 먹먹해지는 마음은 어쩌지 못했다. 붉어진 눈시울이 들킬까 고개를 돌리고 아들입학식 때 입었던 정장을 꺼내 입었다. 화장도 살짝 했다. 구두도 닦아 신고 나서니 주호가 사모님 같다며 싱글벙글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주호가 다시 들어가서 받았다. -예~ 작은 엄마! 읍내 이탈리안 레스토랑요- 전화를 끓고 나오며 “작은 엄마요. 저녁 맛있게 먹으라고요” 밥값도 주고 전화해 주는 동서가 정말 고마웠다.


버스와 택시를 갈아타며 읍내 레스토랑으로 갔다. 외식이라는 건 해보질 않아서 으리으리한 분위기에 주눅이 들었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안내하는 자리에 앉아 여기저기 눈만 굴리고 있었다. 메뉴를 미리 예약하고 -홍복순 여사의 생일-이라는 메모를 직원에게 건네는 아들 콧등에 거뭇하게 자리 잡은 수염을 보면서 아들이 어느새 어른이 되었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작은 케이크에 불을 붙여 든 직원과 함께 바이올린을 든 악사가 다가왔다. 바이올린연주로 축하곡을 듣고 와인잔에 빨간 와인도 받았다. 주변의 손님들도 박수를 쳐 주었다. 남편이 생각났다. 술을 별로 즐기지 않던 남편은 이런 식당에 한 번도 와보지 못했을 것이다. 울컥, 눈물이 나와 닦고 있을 때 갑자기 커다란 꽃다발이 복순 씨 테이블로 배달이 되었다. 복순 씨는 그것도 식당에서 해주는 이벤트인 줄 알았다.


그런데, 꽃다발 속에는 메모와 작은 상자가 들어있었다. 주호가 꺼내 들었다. 복순 씨는 순간 뜨끔했다. 예상치도 않았던 그 남자의 메시지와 작은 귀걸이 한쌍이 들어 있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박봉수- 메모는 간단했다. 그런데 주호의 표정이 복잡했다. 어색한 시간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호는 한마디 말도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밤새 뒤척이던 복순 씨는 출근을 하면서 귀걸이를 챙겼다. 남자를 만나면 돌려줄 심산이었다. 사실은 이미 남자에게 작은 감정이 일고 있었다. 퇴근길에 여러 번 차를 얻어 타고 다니며 참 편안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런데 주호의 표정을 보며 복순 씨는 정신이 들었다. -내겐 금쪽같은 주호가 있어 딴생각하지 말자- 시동생 식당 근처까지 다니는 버스를 타고 출근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문득 자신의 생일을 어떻게 알고, 또 그 집에서 저녁을 먹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그곳으로 꽃다발을 보냈는지 궁금했다. 집을 나서기 전 걸려 온 동서의 전화가 생각났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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