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그지, 7

남자

by 강현숙

그때 남자는 시동생과 포클레인 사무실에 있었다.

"형님! 어제 잘하셨어요?"

"응, 꽃다발을 받고 많이 놀라더군, 주호 표정도 싸늘하게 변해서 미안한 생각도 들었어"

"참! 형님은 마음이 여려서 걱정이에요. 그 나이에 순정남도 아니고, 어쨌든 주호는 제가 설득할게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형님은 형수님 마음만 여시면 됩니다. 어느 정도 흔들리는 것 보이면 제 집사람이 슬쩍 등을 떠 밀거어요. 벌써 4년째 제 일처럼 형수한테 봉사했어요. 저도 이제 제 살림 챙겨야지요. 그리고 이건 엊그제 일한 일당이에요. 20만 원 더 넣었어요. 형수한테는 작업비 오른 거 말하지 마세요."

남자는 시동생이 건네주는 돈을 대충 세어보고 주머니에 넣었다.


출근하여 겉옷을 벗고 앞치마를 두르고 있을 때 동서가 웃으며 다가왔다.

"형님! 어제 주호랑 좋은 데 가셨어요? 주호도 좋아하지요?"

"응 덕분에 좋은 시간 보냈는데 그 남자가 꽃다발을 보내와서 깜짝 놀랐어, 주호 기분도 망쳤고"

"네? 그분이요? 그분이 형님 생일은 어찌 아시고요? 또 그곳에 계신 건 어찌 아셨대요?"

"나도 그게 궁금해서 동서한테 물어보려 했어, 동서! 정말 몰라?"

"아휴~ 형님, 제가 어찌 알아요?, 다음에 그분 오시면 물어봐야겠어요? 형님생신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니야 동서, 차라리 내가 물어볼게"

시침을 뚝 떼고 놀라는 표정인 동서가 찜찜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중간에서 복순 씨도 모르게 남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거라는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집안의 모든 일을 가장처럼 챙겨주는 시동생의 아내 아닌가?

박봉수 씨는 시동생과 헤어져 저수지로 가 낚싯대를 드리웠다. 물가에 살얼음 아래로 작은 일렁임이 있었다. 봉수 씨의 마음도 차갑게 일렁였다. 간간히 낚싯대 끝부분이 까딱거리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광철이 자식 나를 제 형수에게 엮어놓고 그 핑계로 포클레인 사업을 꿀꺽하겠다 이거지? 4:6 제로 하자고? 형수에게 흠집을 만들고 그걸 트집 잡아 내 보내려 하는 놈이 나 하고의 약속을 지킬까?- 봉수 씨는 코웃음을 쳤다.

봉수 씨는 5년 전에 아내를 잃었다. 아들 형제를 낳고 살림도 막 불어나 사는 재미가 붙을 때였다. 아내는 다이어트한다고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했다. 너무 무리한다고 적당히 하라고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 처녀 때보다 허리가 3인치나 늘었다며 그걸 다 뺄 거라고 했다. 어느 순간 얼굴이 핼쑥해 있었다. 운동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좋아했다. 어느 날 인부들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함께 운동한다던 아내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봉수 씨 혜진이가 쓰러졌어요- 119를 부른 상태라고 하면서 읍내의 병원으로 간다고 했다. 봉수 씨는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내는 심장마비였다. 그동안 운동 한다고 무리한 것이 원인이었다. 봉수 씨는 아이들을 계모손에 키우고 싶지 않았다. 12살, 10살 형제가 밥 한 끼 정도는 차려먹기도 했고 어머니가 자주 들려서 밑반찬 정도는 해주었다. 큰아들이 2살 터울의 동생을 챙기며 말썽 없이 자라주었다.


복순 씨를 만난 것은 광철이를 만나고였다. 성철이가 살았을 때 같은 조합원으로 있으며 성철이의 일을 도와준 적도 있었다. 성철이의 장례를 마무리하고 광철이가 찾아왔다. -형님이 아끼던 포클레인을 팔 수가 없어요. 누가 제값을 주려고도 안 하고요. 봉수형님이 좀 도와주세요- 일당을 좀 더 챙겨 주겠다고 했다. 일이 들어올 때 먼저 해주는 조건으로 하자고 했다. 그리고 형수님이라며 복순 씨를 인사시켜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광철이가 자꾸만 제 형수와 부딪히게 했다. 성철이가 떠나고 3년이 지나는 시점부터였다. 은근히 홀아비 신세를 면할 때가 되지 않았냐며 자꾸만 부추겼다. 보통은 형수가 바람이라도 날까 봐 감시를 할 정도인데 거꾸로 형수를 시집보낼 궁리를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여러 번 만나다 보니 그만한 여자도 없을 것 같았다. 지조도 있고 소탈하고 옷 좀 갖추어 입으면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인물이었다. 결혼해서 다시 화목한 가정을 꿈꾸고 있을 때 광철이 부부가 복순 씨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계획의 중심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50 평생 살면서 볼 것 안 볼 것 다 보고 살았지만 형수 돈 뺏으려고 남자를 이용하는 놈은 처음 보았다. 그런 줄도 모르고 시동생 말이라면 하늘처럼 믿고 있는 복순 씨가 가여웠다. 복순 씨가 시동생에게 상처받지 않도록 도와주려면 결혼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광철이 부부의 뜻에 따르는 척하면서 복순 씨를 설득해 가짜 결혼이 아닌 진짜 결혼을 하리라고 결정을 하고 주섬주섬 낚싯대를 거두었다. 복순 씨 퇴근시간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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