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창부수
진숙은 밤이 늦도록 귀가하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형님의 재산을 상상했다. 아주버님의 사고 보상금이 그대로 은행에 있고 달마다 나오는 이자로 넣던 적금은 얼마 전에 만기가 되어 다시 정기예금으로 넣었다고 했다. 자기 집에서 4년 동안 받은 월급도 거의 다 적금을 넣고, 텃밭에서 농사지은 것도 진숙이 필요한 만큼 쓰고 이웃 식당에 소개해서 팔아주었다. 순진한 남편은 포클레인 작업이 있을 때마다 꼬박꼬박 정산해 주었다. 요즈음 전원주택 붐이 일면서 곳곳에 포클레인 작업이 늘기도 했고 작업비도 올라 해마다 포클레인 수입은 늘어갔다. 주호가 졸업할 때까지만 대신해 준다 했지만 벌써 몇 년째 남편이 벌어주는 형님의 수입이 자신의 식당수입보다 많은 것이 배가 아팠다.
진숙의 남동생의 처지에도 짜증이 났다. 큰 동생 진석부부는 부모를 모시고 있어서 형제들이 모두 오냐오냐 한다. 생활이 곤란하다고 손을 벌리면 모른 체할 수가 없다. 카센터에서 정비일을 하다가 무슨 바람에 휩쓸렸는지 기름냄새 지겹다며 친구와 함께 부동산일을 하고 있다. 어쩌면 서해안시대의 개발 붐을 타고 불어온 바람일 것이다. 그 진석이 대산 쪽으로 땅을 사놓으면 로또가 될 텐데 돈이 부족하다며 몇 달만 쓰고 준다고 가게랑 전답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갔다. 요즘은 이자도 제날짜에 주지 않으면서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 주변에는 멋들어지게 지은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어서 진숙의 단골들 몇 분도 오지 않은지 꽤 되었다. 이럴 때 1억 원만 있어도 집수리 좀 하겠는데 어디서 돈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형님은 은행에 들어간 돈은 절대로 빼지 않으니 빌려 달라고 할 수도 없다.
작년에는 포클레인 사업이라도 이제 넘겨 달라고 해 보라고 남편을 설득하다가 싸우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소곤거렸다. -여보, 형수 결혼을 시키면 어떨까?- 진숙은 그 재산을 다 가지고 다른 데로 결혼을 해버리면 형님의 남자만 좋은 일 시키는 거 아니냐며 펄쩍 뛰었다. 그런데 남편은 계획이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형님이 지금은 주호만 바라보고 돈 한 푼 안 쓰고 살잖아? 그런데 여자들은 남자가 새로 생기면 돈도 자식도 순위가 밀려나거든, 형수님 한테는 웬만한 남자는 눈에 차지 않을 거야, 그 봉수 형님 있잖아? 그 형님이 집에 재산도 있고 애들도 주호만큼 컸고 인물도 번듯하잖아? 아마도 재산이 본가에 땅까지 물려받으면 수십억은 될걸? 그런 사람이 돈 때문에 형수님한테 접근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알면 형수님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그렇게만 되면 형수님은 그 집에 들어가서 살라하고 포클레인 이랑 집은 주호 앞으로 돌려주라고 하면 설득하기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주호 앞으로 넘겨주기만 하면 주호는 관리를 누구에게 맡기겠어, 그러면 그 재산이 우리거나 다름없는 거잖아? 어때?- 진숙은 남편의 말에 생각할 것도 없었다. 계획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일단 남편이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진숙은 고마웠다.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돼?"
"응, 봉수형님 하고 형수가 자연스럽게 눈이 맞도록 해야지"
"좋아 그 정도야 내가 전문이지 호호"
진숙은 기분 좋게 대답을 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봉수 씨에 대한 이야기를 눈치채지 않게 했던 것이다. 지난번 형님 생일 때도 주호랑 가는 식당을 알아내어 봉수 씨에게 은근히 흘린 것이 제대로 먹혀서 형님이 아마도 아닌 척 해도 속으로는 감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