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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팝콘 말고 나초 말고 Dec 30. 2020

<클라우스(2019)>, 선한 마음

*스포일러 주의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폴라 익스프레스> 다음으로 내 인생 크리스마스 영화가 나타났다. 물론 크리스마스는 한참 전에 지났지만 원래 나는 뒤늦게 유행에 감탄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이 영화로 크리스마스 기분에 푹 젖을테다.


    <클라우스>의 좋은 점은 산타 클로스 스토리를 재치있게 변주했다는 점이다. 산타 클로스의 탄생을 어떻게 금수저 우편배달부와 연관지었을까? 많은 산타 영화에서 아이들은 물리적인 산타가 존재한다고 믿고 편지를 쓴다. 항상 궁금했던 점은 주소를 어떻게 알았느냐 하는 거다. 자고로 산타의 집은 북극 멀리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있고, 일반인은 왜인지 갈 수 없는 신비한 곳이다. 아이들이 편지봉투에 '산타 할아버지께'라고 적어 우편함에 넣으면 음, 바로 그곳 You-Know-There 이군, 하고 모든 우체국마다 있는 산타 담당 비밀 부서로 보내는 걸까? 나는 수많은 우편배달부가 산타의 집 찾아가 편지를 수북이 쌓아두는 쉽게 상상할 수 없었다.


클라우스ㅠㅠ / 사진 : 넷플릭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실재로 존재하는 산타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은 현실적이면서 신화적이다. 클라우스는 평범한 사람이면서 비범한 능력을 가진 히어로이고, 이후 '클로스'가 되는 마법같은 존재다. 클라우스의 집에 편지를 직접 배달는 주인공 재스퍼는 모든 아이들이 상상하는 '산타 담당 비밀 배달부'이다. 모든 클라우스에 대한 신화는 사소한 것들에서 생겨난다. 굴뚝으로 선물을 배달했던 건 대문으로 당당히 들어가기엔 마을 사람들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썰매가 된 건 마을 사람들한테 쫓기다 마차 바퀴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나쁜 아이에겐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규칙이 생긴 건 재스퍼의 심술 때문이고. 이렇게 '원래 그런 것'이라 믿고 있던 산타에 대한 속설을 유쾌하게 풀어낸 게 좋았다.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선한 행동은 또 다른 선한 행동을 낳는 법(A true act of good will always sparks another)'이다. 이 문장은 클라우스의 모토이고, 재스퍼가 성장하게 되는 요인이다. 클라우스는 자신의 장난감으로 아이들이 행복해졌고, 그로 인해 마을이 화목해졌다는 걸 듣고 이 말을 한다. 처음에 재스퍼는 다들 뭔가를 얻으려는 거라며 회의적으로 반응하지만, 마지막엔 선물꾸러미를 지키려고 온몸을 던진다. 나는 선한 주인공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선한 주인공의 목표는 선하지 않은 누군가에 의해 쉽게 좌절되지만, 사실은 선함이 더 강한 힘이라는 걸 보여주게 된다. 결국 선함은 선하지 않은 그들까지 포용하면서 나아간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가 그렇고 이 영화의 클라우스가 그렇다. 클라우스는 베푸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선하다. 그리고 선한 사람은 모두에게 베푼다. 착한 아이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건 산타 설화의 법칙이지만, 실제로 어디 친구랑 싸웠다고 선물 못 받는 사람이 있나. 교훈은 교훈이고, 산타 클로스는 어쨌든 모두를 위한 존재다.


화목해진 마을 / 사진 : 넷플릭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건 각종 설정이다. 클라우스의 이름 'Klaus'는 산타 클로스(Santa Clause)의 다른 표기 'Santa Klausd'에서 따온 것이다. 또 클라우스를 도와주는 사미인은 실제로 북유럽과 러시아쪽에 거주하는 사람들인데, 영화에서 묘사한 것과 같이 푸른 전통 축제복을 입고 대체로 키가 작다고 한다. 그래서 어쩌면, 이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장난감을 만드는 광경을 누군가 엿보고는, 산타의 집에 요정들이 있다고 착각했으리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정말 재치있는 발상이다.


산타의 집 / 사진 : 넷플릭스

    게다가 산타의 빨간 옷이 사미인들이 선물한 거라는 각색도 좋았다. 원래는 코카콜라 회사의 마케팅 전략으로 코카콜라 로고 색의 외투, 거품같은 흰 수염을 갖게 된 것이지만, 이런 자본주의적 비하인드 스토리보다는 각색 버전이 더 따뜻하다.


    이런 스토리 외에도 재미있는 캐릭터와 배경 묘사, 독특한 그림체, 사운드 트랙 등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클리셰조차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나. 앞으로 내 크리스마스 고정 영화는 <클라우스>인 걸로. 2020년이 지나기 전까지 메리 클라우스!


너무 아름다웠던 장면ㅠㅠ / 사진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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