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야기
밀린일상에 대한 아쉬움으로. 오늘까지의 시간들을 기록해야겠다.
1. 10일 토요일
Benjamin Alard 콘서트가 있었다. 지난주 칸타타 연주때 나눠주던 다음주 연주에 대한 정보.. 그 전에 우연히 김진 선생님 덕분에 알게된 벤자멍 알라흐의 연주를 보고싶고 봐야만 할 것 같았다. 그는 한국에 여러번 연주를 다녀가기도 했고, 하버드에서도 바흐 오르간 연주자 곡으로 그를 선정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오르간 연주가 무엇이길래.. 최고의 오르간 연주는 무엇이길래.. 하는 여러 궁금증을 가지고 공연에 왔다. 항상 연주로 참석하던 교회였기에, 오르간을 멀리서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오르간과 청중의 거리는 예배당의 끝과끝의 거리인데, 그것이 최상의 소리를, 교회의 모든 곳을 채우기에 최상의 위치였다고 생각되었다. 그저 지배적인 소리일 뿐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같아 합창같기도 하고, 현의소리처럼 때론낭만적이기도하고, 하늘에서 기뻐할 소리 같이 성스럽고 찬란했다. 어렵게만 들을수도 있을법한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가 이토록 선율적이고 성스러운 것은, 그가 좋은 연주를 나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주 연주 후, 김진선생님 덕분에 그와 인사를 따로 나눴긴 했는데, 일주일 후 다시만나 인사를 했을때 알아보는것 같진 않았다. ‘우리 지난주에 보았어’라는 인사에, 그리고 뒤에서 프레데릭이 ‘아주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야 elle est grande violoniste`라는 과대포장인사에 그는 쏘리 쏘리를 외치며 내가 널 알아보지 못한 것은 너가 지난주에 쓰지 않았던 안경 때문이라며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하며 날 기억하는 것을 표현해주었다. 이런 사람과 함께 연주할 기회가 내게도 올까? 좋은 연주자를 만나면, 존경심이 곁든 마음으로 함께 연주하고 싶은 희망.. 열망이 생긴다. 연주에는 페도와 그의 엄마, 그리고 마누도 초대했는데, 덕분에 나의 좋은 친구들과 함께 좋은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고마워 벤자망 !
마누와 오랫만에 산책을 하며 파리 시내를 누렸다. 바스띠유에 흐르는 센강을 따라 걸으면 노트르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연주가 끝나 걷기 시작해, 노트르담에 이르고, 부르주아가 모인 book publishing fair 에 우연히 참석해, 아이리쉬, 코리안 커플 예술가들의 편지나 일기등의 작품도 만나고, saint paul 거리에서 크레페도 함께했다. 마누의 오래된 직장에서의 관계 고민이 좀 더 나아질 수 있었던 회사내의 formation에 대한 이야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할때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 배우는 시간이 자신에게도, 다른이들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이야기할 수 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어떤 누구하고도 깊이있는 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저 시간을 때우는 대화가 아닌,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가 가능했다는 것이 멋지고.. 또 마누 또한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아버지처럼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는 것을 보았다. 마누가 친구여서 감사하다.
저녁엔 파리에 도착한 경원샘과 사부님을 만났다. 일주일간 파리에 계시다니..! 한국에, 대전에, 그리고 나의 어린시절의 어떤 지분을 한아름 안고 계신 선생님이 이곳에 계신게 신기한 것은 내게도 마찬가지였다. vavin 근처의 파리지엔의 표본인 bouillon chartier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선생님 부부가 계신 뱅센에서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시간, 공휴일.. 샤틀레. 모든 조건이 더 정신없을 수 있는 상황에서 나는 도움이기보단 민폐를 더 끼쳤다. 자동 열쇠를 못찾거나, 표를 못사거나, 지하철 역을 못찾거나.. 하는 이상하리만큼 어설픔 투성이였다. 날이 춥고, 해가 잘 나지 않는 요즘이 되어서 선생님편에서 좀 아쉬울것 같다 생각이 들긴했는데, 종종뜨는 해에, 비내리는 파리에도, 여행을 즐기시는 선생님에게 파리는 마음에 쏙 드신것 같다. 선생님이 가져다주신 김, 장조림, 간장.. 그냥 오시기에도 무거우셨을텐데 이것저것 무게를 늘려 오신것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2. 12일, 일요일
지각이다. 그래서 예배에 연주 어려울거 같다고 뇌에서 울리는데, 에띠엔이 연락왔다. 그래서 늦게나마 용기내어 갔다. 나는 예배에 바이올린을 크게 하는게 싫다. 그 소리가 음악에 취해 예배를 돕기보다, 음악을 돕는 셈이 되는 것 같아서다. 나또한 소리에 집중하는 것도 같고. 온갖 감정과 생각이 뒤섞여 연주가 수동적이고 작은 편이었는데, 에띠엔은 내게 스피커를 사준다하였고, 델 또한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해주었다. 아하하… 장막과의 대화도 매우 편안했다. 그가 이전엔 팝 음악을 기타로 연주하기 시작하고 바에서 연주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믿음을 받아들이고는, 이전의 삶을 살지 않기로 결심, 음악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우리의 뿌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한 그는, 프랑스의 기독교 역사,심지어 한국의 기독 역사를 읽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기쁨을 누리는 것 같았다. 그의 눈빛이 책의 내용이 머리에 펼쳐졌는지, 환희 빛났다.
사미아의 초대로 그녀의 집에 갔다. 필립과 일카의 차를 타고 셋이 초대받아 간 13구의 그녀집은, 예술가인 그녀답게 규정되지 않은 벽면과 문화를 넘나드는 사진, 그림들이.. 그녀를 닮아있었다. 종종 에이스마트를 가려 13구를 향할때면 지나가던 알록달록한 집 거리가 그녀의 집 거리였다. 그녀가 정성스레 준비해준 칠리와 직접한 퓨레.. 준비해준 감으로 풍성한 식사와 대화를 나눴다. 필립의 조상 이야기, 유전 이야기, 양복위에 단 물음표 두개 뱃지의 이유 (인도에선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묻는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을 만나면, 너는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너가 천국에 간다면, 그것은 무슨 이유인지를 묻는다 했다. 몇십년을 달고 다닌 뱃지인데, 뱃지에 대해 묻는 사람은 두 셋에 그쳤다고 했다..)도 인상깊었다. 일카가 처음 45년전 미국에서 왔을때 아버지와 통화한 것은 자기 생일때 5분, 크리스마스때 5분이라 했다. 너무나도 전화비가 비쌌고, 일주일에 한번씩 편지 써주던 아버지의 편지는 2주가 지나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모든게 쉽지 않아서 정성과 진심이 가득한듯한 그시절 이야기.
잔뜩 쌓인 접시 정리를 돕기로 나는 남고, 일카와 필립은 떠났다. 설거지를 하고, 몽수리까지 산책을하며 사미아가 어떤 사람인지 좀더 알게된거 같아 기쁘다. 늦은 공부이야기, 그림에 대한 열망.. 그리고 새로운 나아감 등의 이야기가. 하나님이 허락하신 어떤 축복.. 그리고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도 주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