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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 아니고 주현

by Juhjuh Nov 18. 2023

다음주에 있는 학교에서 있을 비상대피 훈련을 위해 회의를 한다. 교장인 오호는 나를 ‘주윤’ 이라고 부르는데, 한번도 고쳐준적은 없다. 어짜피 주현은 어려우니까. 그런데, 회의중 내이름을 부른 오호의 발음을 듣고 파트릭이 니 이름 그렇게 발은 안하지 않니 하고 회의를 끊었다. 그리고 주현이라 발음하니 그녀가 왜 개학때부터 한번도 고쳐주지 않았나며 오히려 약간 섭섭한듯 되물었다. C’est pas grave. 라고, 상관없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들은 조금만 틀리게 발음해도 바로바로 고쳐준다. 간혹 안고쳐주는 아이들도 있는데, 그런애들이 오히려 마음으로 섭섭해하는것 같아 미안했다. 나도 결국 c’est pas grave 한것만은 아닌것 맞다. 내 이름을 처음부터 주현이라고 정확히 발음하던 제롬에게 고마움을 느끼었으니까.

학교는 3000유로(350만원)의 소풍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 오후에 케익을 판다. 각반마다, 한사람마다 케익 세개씩은 만들어와야한다.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금액이 턱없이 부족한데, 조금 멀리 여행가기위해 하는 노력. 케익 조각을 넣을 냅킨을 함께 준비했다. 갈수록 이 선생님들이 좋아진다.

한국에 가져갈 와인을 추천 받았는데, 텁텁하고 가벼운 화이트 와인으로 알자스에서 온 리즐링을 추천해줬다. 근데 독일이 원산지자나??


브런치 글 이미지 1


케이팝으로 인해, 케이 드라마로 인해, 케이 푸드로 인해 나에 대해 사람들이 더 알고 있는 느낌이다. 그부분에 감사하지 않을수 없다.

오늘은 수업에서 마에사가 “너 bts 집 가까이 살았어?” 라고 물었다. 한국이 작으니까 그치.. 걔네집 가까이 살았지 하고 허황된 말로 받아친다. 맑은 마에사의 눈이 더 초롱초롱 빛난다. 지난번 파트릭은 “너가 bts 음악 가르쳤어? 너네 형제야?” 라고 했다. BTS, black pink.. 이정도로 귀아프게 듣는 이름이면 조금은 알아두는게 좋겠다고 생각도 든다. 퇴근길.. bts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가사를 영어로 부르는게 아쉽다는 파트릭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어떤 한국인으로, 어떤 정체성으로 보여질까. 내가 내 이름 석자 정확히 불리는 것에도 어느정도 욕심도 내고, 내가 온 문화를 좀 더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오늘도 아이들이 외친 리듬게임으로 꽤나 리드믹한 하루를 보냈다. 타키 타카테나 타 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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