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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움 Emerveillement

현지씨네, 음악가로서의 삶, 사기꾼증후군, 경이로움.

by Juhjuh Feb 06. 2025

음악 하는 사람. 나는 생활형 음악가라면, 현지 씨는 진짜 순수예술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체가 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되지 못했으면 좋겠다는 문장을 좋아한다 했다. 그것은 자신의 책이 너무 쉽고 또 대중의 생각과 일치되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 남들의 수준이 아닌, 좀 더 앞서가는 생각을 하고 싶다 한 것이다. 밀리의 서재에 있는 초역 부처의 말을, 성재 씨가 소개해주었고, 현지 씨는 니체를 소개. 그들은 개신교 ㅎㅎ


힘을 빼고 연주하는 것. 음악을 하는 것. 그때 가장 좋은 음악이 나왔다고 했다. 마음을 다 쏟아부어서 하는 것은 위험한 것이라고, 니체가 그랬다고 했다. 나는 김영하가 집에선 항상 누워있고, 다 쏟아붓지 않는다고 했음을 가볍게 나눴다. 결국 삶이 먼저고, 그다음이 음악이라고 그녀가 말했다.


음악을 하고, 고민하는 그녀에게 많이 배우고, 또 같은 외국에서 만난 고향친구로서의 애잔의 마음,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다. 그녀가 언제 브람스 소나타 하자고 넌지시 말했는데, 나의 작은 실력이 부끄러워 감히 그러자고 못했다. 그녀의 작업소 = 피아노 악보대 앞에 conviction이라는 큰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큰 확신이 필요한 것이다.

그 친구들 집에 다녀와 오늘 있던 일을 샤흘리에게 말하니, 이런 증상을 syndrome de l’imposteur = 사기꾼 증후군이라고 한다고 했다. 내가 성공했다면 그것은 나에게 너무 많은 운이 있었고,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났고, 다른 사람들이 내가 잘한다고 믿는다고(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아직 다른 이들이 내가 가짜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타이밍이 좋아서, 그리고 아주 아주 미세하게 내 덕, 내 실력 덕분에 라고 여기는 증상이란다. 아마, 나 정말 맞다. 나는 정형돈을 종종 생각한다. 무한도전에 출연할 때 스스로 너무 힘들어했다는 그의 이야기. 내게는 너무 과분한 자리라는 그의 생각.


브런치 글 이미지 1

나는 내가 파리에 오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 많은 기회들에 감사한다. 그러면서 나의 악기의 실력 또한 성장할 기회들이 있었는데,  그 실력의 성장보다 더- 사람과 환경에 의해 평가가 높게 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내 안에서 나를 인정해주지 못하고, 또 주변에서 나를 별거 아니게 평가할 때, 그래, 그렇지, 하고 아무것도 아닌 나, 발전하지 않은 과거의 나로 늘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듯하다.

​마리옹이 영상하나를 보내주었다. l’émerveillement, 경이로움 에 대한 영상. 그 안에 내가 두 번 나온다. 내가 누군가에게 영감의 통로가 되었다는 사실에 감동이 된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모든 것이 된다는.. 메시지가 자꾸 내게 새겨진다.


C’est quoi l’émerveillement?

l’émerveillement est la capacité à s’étonner face aux choses de notre quotidien.

C’est reconnaitre que les instants de beauté sont l’oeuvre d’un plus grand que soi.

 C’est un don celui de percevoir la complexité dans la simplicité.

Oh Dieu,  comment ne pas s’émerveiller devant la manifestation de ta grâce, de ta grandeur, de ta royauté.

“경이로움이란 무엇인가요?”

경이로움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놀라움을 느끼는 능력입니다.

아름다움의 순간들이 나보다 더 위대한 존재의 작품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단순함 속에서 복잡함을 인식하는 것은 하나의 선물입니다.

오 하나님, 당신의 은혜와 위대함, 그리고 왕국의 나타나심 앞에서 어떻게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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