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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닮은 Mar 20. 2023

어느 날, 상담이 시작됐다.

마음이 무거워야 한 자라도 적을 수 있었다. 마음이 무겁고 생각이 복잡할 때 나는 무언가 적곤 했는데, 요 근래에는 머리가 많이 가벼워졌다. 그러니 자연히 무언가 적고 싶다는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주 1회 상담을 전공한 목사님께 성경을 기반으로 하는 상담을 받고 있는데, 이 상담이 나의 생각과 마음이 정리되는 것에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때때로 날씨의 영향이나 상황의 영향으로 갑자기 우울함을 느끼며 마음이 무거워지는 때가 있기는 하나 대체로 나의 마음 날씨는 맑음이다. 


평소 글쓰기가 취미였던 나는 그래도 무언가 적고 싶어서 목사님께 이런 나의 상태를 말씀드렸더니 그동안은 마음이 복잡해서 적었다면, 이제는 정리된 생각을 적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조언을 받았다. '그렇네, 정리된 생각은 적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 번도 정리된 내용을 적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머릿속에 부유히 떠다니는 생각을 적으면서 정리하는 것보다 정리된 생각을 적어내는 것이 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서 적어본다. 


우선 내가 상담을 받게 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지금도 상담을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남이 하면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하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아주 많다. 나도 처음엔 별다르지 않았다. 나의 상담이 시작된 배경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내 맘대로 되지 않으면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다. 그러더니 우울증 증세 같은 것이 나타나면서 정신과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평상시에도 우울감을 자주 경험하는 편이었으나, 그때의 우울감은 정도가 심하다고 스스로도 느꼈기 때문이었다. 


집 근처에 병원으로 가서 문진표에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제출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너무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이라며 위험한 정도라고 이야기하셨다. 크게 걱정하시면서 자신의 출근시간이 이러이러하니 너무 힘들면 출근하자마자 오라고 그럼 오래 상담을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처음으로 정신과 약을 처방받고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힘들어하면서 약을 먹고 상담을 다니는 생활을 한 3개월 즈음한 것 같다. 처음에는 부모님한테도 말하지 않았고, 그냥 혼자 삭혀내고 약을 먹고 상담을 받으면서 나아지기를 바랐던 것 같다. 


어느 날 엄마가 내가 먹는 약을 발견하고는 이게 뭐냐고 크게 화를 내셨다. 네가 왜 정신과에 다니냐며, 심신이 약해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에야 나의 상태가 더 심각하기 전에 약을 먹은 게 다행이라는 것을 깨달으셨지만, 보수적인 우리 엄마는 한동안 내가 정신과에 다니는 것이 못내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 여겼다. 나는 나의 상태보다 나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더 염려하는 엄마가 싫었다. 이런 엄마 때문에 내가 힘들어진 탓도 크리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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