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찾거나, 파일을 찾다 보면 과거 한 때의 사진을 넋 놓고 보게 된다. 추억여행을 좋아하는 F형 인간이라서 이제는 아득해진, 있었으나 지금은 없는 그것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아, 저 때 참 좋았네' '행복해 보인다.' 하고 분명 나인데 내가 아닌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청춘이란, 쏟아지는 정열을 통제할 수 없는 시기란다. 활기가 넘치고, 가능성에 희망을 두던 나의 이십 대가 찬란히 기록되어 있다.
기록을 여러모로 좋아하던 나는 특히 사진을 많이 남겼다. 과거에 비해 현실을 즐거워하지도, 그리 설레하지도 않다 보니 현재 내 사진첩에는 그때만큼 감성 가득한 사진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예전 같았으면 과거에 비해 삭막해지고 어딘지 텁텁해진 현실을 비탄하겠지만, 내겐 그간 잘 지내오고 견뎌왔던 시간들도 분명 의미가 있다. 이제는 안부를 묻기도 어려워진 관계들, 옛 연인의 한 자락 추억을 보고 있노라면 내게 따뜻하고 아스라한 시절이 있었음에 감사하게 된다.
조금은 다른 시절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더 견뎌야 할 것이 많고, 염려해야 할 것들도 많아 힘겹기도 하다. 하지만 내게 주어지는 시절에 맞는 때를 살아간다.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금의 사진 몇 장과 적어놓은 글들이 어느 훗날에는 또 마음 따뜻한 시절이 되어 있으리라. 분명히 있었으나 지금은 없는 것들을 마주하고 떠나 보내며 그렇게 나를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