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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oheleth Jun 06. 2023

언제든 너는 선택할 수 있어

"켈리, 아무 것도 먹지 않은지 벌써 며칠이 된 거니!"


방구석 철문에 등을 기대고 흐느끼는 여자를 바라보며, 천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너를 위해 오늘도 준비했어!"


흰 날개 뒤에서 천사가 꺼낸 것은 검은 접시에 올려진 브라우니 한 조각이었다. 호두와 초콜릿이 섞인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조금씩 콘크리트로 사방이 막힌 방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오늘 브라우니는 버섯을 넣어 만들어보았어! 이름은 잊어버렸는데 뭐였더라…, 아무튼 빨간 색의 예쁜 버섯이야. 만지기만 해도 손이 썩어 들어가고…, 맞아! 붉은사슴뿔버섯! 스치기만 해도 방사능에 피폭된 것 같이 피부가 벗겨지고 너덜너덜해진데."


Toa Heftiba, <Nut Brownie>,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WPRuXYLNY68


이를 악물고 있는 여자의 뺨에는 이미 소금길이 여럿 나있었다. 빨갛게 부은 눈에서는 더이상 나올 눈물조차 말라버린 듯 하였다. 천사는 그런 여자를 인자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어제 만든 복어 스프는 그다지 네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말이야. 숟가락이 깨끗한 상태 그대로더라고! 하지만 켈리, 나는 너를 존중해. 나는 네가 좋아하는 것이 나올 때까지, 얼마든지 음식을 만들어 내올거야."


켈리라고 불린 여자는 별안간 울음을 터뜨렸다. "어흐흑, 아아!"하는 발작적인 소리와 함께 그녀는 철문으로 몸을 돌리더니, 손톱으로 철문을 긁기 시작했다. 이미 철문에는 긁어내린 수많은 자국 사이로 피가 묻어 있었다.


"켈리! 언제까지 그 철문을 긁을거야? 그 철문은 단단히 잠겨있어. 맨 손으로는 열 수 없다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여자를 쳐다보던 천사는 이윽고 다시 화사한 웃음을 얼굴에 띄우며 말을 이어갔다.


"괜찮아, 먹지 않아도. 너에게는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나는 너를 존중해, 켈리! 그리고 너의 마음에 쏙 드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게!"


여자를 한 번 더 사랑스럽게 바라본 천사는 날개짓을 하며 위로 날아올랐다. 높다란 콘크리트 벽 위로는 밝은 빛이 내려오고 있었고, 곧 천사는 그 빛 속으로 사라졌다. 여자는 잠시 위를 바라보다가, 다시 브라우니에 눈을 돌렸다가, 도로 철문에 얼굴을 쳐박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따뜻한 브라우니에서 퍼져나오는 향기는 무척 달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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